24. 흐르는 건 시간일까, 우리일까

2007년, 빅토리아주 팜하우스를 떠올리며

by 김솔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이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1억 5천만 킬로미터라는 거리를 지나 내 창가에 당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밤하늘의 별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눈에 담은 어떤 별은 수년, 수 시간, 혹은 수백만 년 전의 빛이다. 지구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나는 더 깊은 과거에서 온 유령 같은 빛들을 목격하는 셈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서로 다른 시차를 가진 과거들의 중첩만이 있을 뿐.


이 과학적 사실은 때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 삶이 장면(Frame)의 연쇄라면, 어떤 필름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공간에 선명한 색채로 박제되어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2007년, 빅토리아 주의 팜하우스

내 기억의 필름 통 하나를 열면, 2007년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호주의 어느 팜하우스가 어른거린다. 반경 3킬로미터 이내에 이 집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고립된 공간. 사방이 키 큰 마운튼 애쉬와 블랙우드, 유칼립투스, 그리고 소들이 풀을 뜯는 휴경지로 둘러싸인 그곳은 전형적인 빅토리아 주 스타일의 목조 가옥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솔솔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40대, 대기업 희망퇴직.서울을 벗어나 살아보는 중입니다.

21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23. 금기를 깨고 마신 술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