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일

단정한 100일의 반복 중에서

by 김솔솔
모든 것을 몸이 다 기억했다. 저항을 느끼지 않도록 물을 가르는 법, 부드럽게 발목을 움직이는 법.

딱 한 번만이라도 | 마스다 미리 저/권남희 역



자전거 타기도 그렇다.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탔던 날. 자전거 정도는 탈 줄 알아야 한다고 외삼촌은 싫다는 나를 자전거 안장에 앉혔다. 외삼촌이 잡아줄 거니까 걱정 말라고.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일단 한 살 아래 남동생이 자전거를 타고 저만큼 앞으로 달려가며 메롱메롱 약 올리는 꼴은 못 보겠다. '에이 몰라!' 하고 한 번 올라 탄 뒤에는 앞만 보고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삼촌이 안 넘어지게 잡고 있을게. 넌 페달만 밟아.'

열 살에 그런 상식이 어떻게 생긴 거지? 아마도 본능이었겠지. 자전거 위에서 외삼촌이 균형을 잡기 위해 자전거 뒷좌석을 잡았는지 놓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뒤돌아 보는 순간 넘어지게 된다는 걸. 본능이 상식을 만들었다.
'꽉 잡아야 해! 꼭, 꼭!'
'알았어. 걱정 마, 잡고 있어.'


그다음 얘기는 흔히들 알고 있는 스토리. 외삼촌은 기꺼이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이 자전거를 어떻게 배웠는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이 아빠가, 엄마가, 오빠가, 언니가 뒤에서 잡아준다고 하다가 친구가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페달을 밟고 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손을 놓아 저절로 타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몸으로 익힌 일은 오랫동안 중단해도 일단 시작하면 몸이 기억한다. 언제라도 다시 페달을 밝고 앞으로 달려갈 수 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육아 휴직 후, 복귀를 앞둔 친구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럼 물론이지. 잘할 수 있어.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니 몸이 기억하고 있을 거야.' 하고 응원했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새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기획안 때문에 골치 아파하던 중이었다. 그나저나 왜 기획안 작성 같은 것은 몸이 기억하고 알아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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