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뿌린 슬픔들은 어디로

by 김솔솔
연애가 끝나서 자꾸 눈물이 났던 작년 어느 날에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누나, 슬플 땐 많이 걸어. 그럼 길 여기저기에 슬픔을 두고 올 수 있거든.
(이슬아,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한겨레 21 1121호)



그런 원리였구나. 지난 이별에 나도 많이 걸었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땀이 날 때까지 걷고 오면 뿌옇게 들고 일어났던 슬픔이, 원망이 차분하게 가라앉곤 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문득 드는 생각. 내가 길에 두고 온 그 슬픔들은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들러붙어 옮겨 갔을까? 들풀이 되어 다시 피었을까? 산책 나온 강아지 오줌에 섞여 하수구로 흘러갔을까. 어디로 갔든 그렇게 흘러 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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