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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hoes Aug 02. 2023

머물고 싶은 장소, 살고 싶은 곳

베트남 & 라오스

달랏과 루앙 프라방,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매우 난처해질 것 같다. 진정한 무엇을 선별한다던지 순위를 매긴다던지 하는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나는 그물망(?) 안에 적당히 여러 개를 걸쳐두고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보는 스타일에 가깝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굳이 두 장소를 나란히 놓아보는 것은 달랏이 어쩐지 루앙 프라방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꽃이 많고 아름다운, 아기자기한 고원도시*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심신이 힐링되는 밝고 편안한 곳, 오래 머물고 싶은 혹은 살고 싶은 느낌의 장소라는 점에서도.


물론 진짜 오래 머물거나 살지는 않을 거라는  스스로  알고 있다. 어디서나 일할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집중력이 약한 나는 일터와 여행지가 구분이 되는 편이 좋다. (예전에 제주도에 가서 글을 써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밖에 돌아다닐 곳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결국 무산이 되었지금은 어쨌든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달씩 나가는  현실적으로도 어렵지만).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루앙 프라방을 ‘살고 싶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 물론 살고 싶지는 않지만 매혹적인 곳도 있다. 무언가 분위기가 압도적이고 여행자를 긴장하게 하는 그런 곳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낯선 감각과 경험을 즐기는 것이 특권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안 좋은’ 여행지란 거의 없다.-


달랏은 그 명랑함과 어여쁨으로, 그리고 축복받은 그 상쾌한 날씨로, 맛있는 음식으로, 단번에 내게 ‘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지금은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도 한때 왕국의 수도였던 루앙 프라방과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이 만든 근본 없는(?) 힐 스테이션 달랏을 나란히 놓는다면 라오스 사람들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대도시가 아니지만 관광 인프라가 비교적 잘 돼 있어서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두 장소가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젖혀둔다면 사실 달랏과 루앙 프라방은 많이 다르다. 달랏 쪽이 훨씬 큰 도시이고 인프라도 더 좋다. 루앙 프라방은 도시라기보다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 규모이다. 또 베트남 사람들보다 라오스 사람들이 더 느긋한 것 같다. 베트남은 나른해질래야 나른해질 수 없는 나라인듯.. 무언가 아침부터 밤까지 생기넘치고 바쁘다. 반면 라오스에서 시간은 더 천천히 간다. 달랏이 발랄하고 경쾌하다면 루앙 프라방은 소박하고 여유롭다. 카페와 숙소가 많은 큰길(이라 봐야 4차선 대로 같은 건 아니다)을 벗어나면 한적한 골목들이 나온다. 메콩 강가에서 수박 주스를 마시며 노을을 바라보거나 칸 강가에 하릴없이 앉아 황톳빛 흐름을 물멍하는 것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다.


루앙 프라방. 2018년 1월.


루앙 프라방. 숙소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 들리던 소리. 아기 울음소리, 새소리, 음식 만드는 소리(?)가 합창처럼 정겹게 들린다.
루앙 프라방 야시장. 규모는 작고 물건도 다양하진 않지만 여행자 거리에서 여는 시장이라 밤을 흥겹게 만들어준다.


- 얼마 전, 라오스에 기차가 생겼다는 뉴스를 읽었다! 자체 경제력이 없으니 중국 자본을 70% 도입했다고 한다. 비엔티엔 - 방비엥 - 루앙프라방 - 중국의 쿤밍까지 이어지는 기차라고. 오오 놀랍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 1시간, 방비엥에서 루앙 프라방까지 1시간이면 간다고 한다! 교통이 편해졌으니 라오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전엔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길이 험해서 위험하기도 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가지 않을지 은근 걱정도 된다. 아 어쨌든 기차를 타러 다시 라오스에 가봐야 할까?


* 달랏은 해발 1500m, 루앙 프라방은 해발 700m에 위치해 있다. 고원의 정의는 ‘해발 500m 이상의 평평한 지대’라는데 달랏은 확실히 그렇지만 루앙 프라방은 여기 해당되는지 잘 모르겠다. 산 속에 있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까. 일단 높은 곳에 있다는 의미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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