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서 들은 황당한 질문

저 좀 웃게 해 주실 분? - 체험, 면접 현장-

by 프니

그날은 땀이 뻘뻘 나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무더위에도 시장에 들러 떡볶이 1인분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노래에 박자를 맞추며 집에 가서 떡볶이 먹을 생각에 콧노래가 흘러나오려던 차,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아, ㅇㅇㅇ씨죠? 저희 병원 원무과에 지원해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내일 2시까지 1층 대기실로 와주세요."


아니, 잠깐.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면접 전화를 받았다. 됐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면접 한번 보면 무조건 취업할 줄 알았던 그때의 나, 그렇게 나는 탯줄을 자른 후 최초의 면접을 보게 됐다. 엄마는 나의 첫 면접 소식에 내일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보였는데 정작 나는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처음이니까, 경험 삼아 잘 다녀와보자! 하는 마음과, 왠지 붙어버릴 것 같은 마음이 쌍방으로 나대기 시작했다.




면접 당일, 얼굴에 바른 선크림은 버스를 타기도 전에 주르륵 흘러내렸다. 맞지 않는 구두와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 스스로가 어색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기특하게도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다. 대기장소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대략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주름이 접혀 찢어지기 일보직전인 종이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입을 움직였고, 어떤 사람은 후-후 호흡법으로 긴장을 다스리는 듯했고, 또 어떤 사람은 허리를 꼿꼿이 피고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야, 다들 열심이다. 멋지다 멋져. 경쟁자인 그들을 바라보며 난 이미 글렀다고 생각했다.


마치 슈퍼스타 K 오디션 대기장소인 것처럼 다들 장난이 아니었다. 모두가 절박해 보였다. 생전 처음 느껴 본 구직세상에 방문한 이방인처럼 나는 그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 ㅇㅇ씨부터 5명 들어가실게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면접관들을 항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정식으로 인사를 한 후 의자에 앉으라고 인터넷에서 배웠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가운을 입고 앉아있는 의사들을 보자마자 기에 눌려버린 어리버리한 나. 인사는 무슨, 엉거주춤 엉덩이를 의자에 갖다 대기 바빴다.


순서대로 1분 자기소개를 했고 그 후 자유롭게 질문이 오갔다. 사실 근 10년도 된 일이라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잊히지 않아 가끔 꿈에도 나타나는 황당한 질문이 있으니 그 질문은 바로..





" 저 좀 웃게 해 주실 분?"

말 그대로 자기 좀 웃게 해 달란다. 나를 지목하고 물어본 것도 아닌데,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이 더러워져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렸다. 난 이미 알았다. 내가 안 뽑힐 거라는 걸. 그래서 표정관리는 더더욱 포기했다. 면접자들의 눈알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던 그때. 면접관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대기실에서 미소 연습을 열심히 하던 여자분이었다.


"이력서에 특기가 성대모사라고 되어 있는데 해보실 수 있어요?, 제가 오늘 좀 힘든 일이 많아서요.." 힘든 일이 많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안 될 그 능글스러운 표정과 말투의 면접관, 참 황당한 질문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 여자분에게 쏠렸다. 놀란 눈은 동그래지고, 당황스러움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분의 입이 열렸다.

"아, 그럼 제가 박정현 성대모사를 해보겠습니다."

속으로 에이, 설마 정말 노래를 부를까? 에이 설마 하던 차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꿈이란걸 그대가 알게 하진 않을 거야.......... 내가 정말 잘할 거야..~~~"


정말 꿈이었으면 좋았을 순간, 그는 박정현의 꿈에를 정말 열심히 불렀다. 그 높은 고음고개를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걸 보면 정말이지 자랑할만한 특기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노래를 면접장에서 듣고있는 이 이상한 상황에 넋이 나간 나는 이게 정말 꿈이길 바라며 면접관들을 바라봤다.


면접 내내 의자를 끄느라 정신이 없던 면접관 1,

면접 내내 핸드폰 버튼을 꾹꾹 눌러대던 면접관 2,

면접 내내 몸을 베베 꼬며 심드렁해하던 면접관 3,

그리고 그나마 정상적이었던 면접관 4,5까지, 면접관은 물론이고 면접자들도 그를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그렇게 내 인생 최초의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슈퍼스타 K나 개그맨 오디션 현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남을 기쁘게, 웃게 해 줄 수 있는 연예인의 역량을 물어 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 원무과 직원을 뽑는 데 그 질문은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면접 갑질

면접을 보다보면, 면접자들은 자연스레 을이 되고, 면접관들은 갑이 돼버리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러니까, 오늘 기분이 안 좋으니 자기 좀 재밌게 해 줄 수 없냐고 묻는 것은 면접관의 명백한 갑질이다. 이제 겨우 10분 된 사람에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면접자라는 이유로 당당하게 본인의 즐거움을 요구하는 오만한 태도가 같잖아보이기까지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구린 건 꿉꿉한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대로 들어가면 발 뻗고 못 잘 것 같아 어제 사 먹은 떡볶이를 또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 연속 떡볶이를 먹으며 내린 결론, 떡볶이를 365일, 아니 남은 여생 동안 돈 걱정하지 않고 사돈에 팔촌까지 다 먹이고 남을 만큼 엄청난 월드스타급의 월급을 준다 한들, 내가 가나 봐라. 붙어도 안 간다. 안가!


그리고, 간절한 염원대로 나는 떨어졌다. 신에게 감사한 일이 하나 추가된 날이었다.




체험, 면접 현장
2013년, 인생 최초 면접에서 들은 황당한 질문
" 저 좀 웃게 해 주실 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