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전입신고 가능하세요?

면접장에서 들은 당황스러운 질문

by 프니

면접일자: 2019, 2월
면접 직무: 대학교 센터 사무


때는 2019년 2월, 검은색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집을 나섰다. 나는 면접을 마치고 4시간 뒤에는 김포공항 근처 호텔에 있을 거고, 또 12시간 뒤에는 제주도에 가 있을 예정이었다. 급작스럽게 잡힌 면접으로 인해, 먼저 제주도로 떠난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또 오늘 밤에는 호텔방에서 친구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오늘 면접 좋았어, 나 왠지 취업할 각?이라는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도착한 면접장, 그곳은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ㅇㅇ대학교였다. 그 대학교의 신설센터의 사무직을 지원했다. 공고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어 의아했지만, 그래도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닌지라 일단 면접장에 불러준 것만으로 감사한 그 시절의 나는 일단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직장이 대학교였는데, 직장이 학교인 게 좋은 점 중 하나는 맛있는 학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식의 맛에 빠진 덕에 그 지옥 같던 곳을 4년이나 다녔다. 아무튼, 이번에도 학교에 지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학식도 포함이었다. 거리도 가깝고, 학식도 먹을 수 있을 테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검은색 슬랙스에 검은색 니트를 입고 면접장소에 도착하니, 문자가 왔다. 현재 사무실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면접장소를 카페로 바꾸겠다는 연락이었다. 꽤 바쁘게 돌아가는 곳인 것 같았다. 면접장소에 도착하니,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하얀 종이를 들고 있었고, 면접자는 나와 다른 여자분 총 2명이었다.


2:2로 마주 보고 앉아 녹차라테를 한입 마실 때쯤, 면접관은 말했다.

"혹시 어떤 일인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아니요, 면접관님. 도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속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딩 수업 보조강사일을 메인으로 하면서 주강사들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수업 외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거라고 했는데, 아니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거지?

입으로는 아.. 아를 내뱉으며 이해가 가는 척, 이 일의 적임자 인척 눈짓을 보냈지만 사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거지?

공고에는 '코딩'의 코도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공고내용이랑은 딴판인데? (심지어 나는 코딩의 코도 모르는 사람인데?) 공고에는 센터 행정 업무라는 아주 단순한 설명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또 재미는 있어 보였다. 평소 관심을 두던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계약직이었지만 일단 반년 동안 코딩을 배워 퇴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혹시 ㅇㅇ시로 전입신고 가능하세요?"

아주 은밀하게, 누가 들으면 안 될 말을 내뱉는 비밀요원처럼 면접관은 내게 말했다.
"혹시 ㅇㅇ시로 전입신고 가능하세요?"
"네?"

정말 네?라는 말이 곧장 튀어나왔다. 내가 사는 곳은 ㅇㅇ시 옆동네인, XX시. 듣고 보니, 이 사업 자체가 ㅇㅇ시 재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건비로 지급되는 사람의 주소지 또한 ㅇㅇ시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아, 그러면 저는 ㅇㅇ시로 전입신고를 못하면 일을 못하는 거예요?"
"네, 일단은 그런데.. 혹시 친구 중에 ㅇㅇ시 사는 분 없어요? 일단 한 달 내로 신고만 하시면 되는데."

그럴 거면 공고내용에 지원자격에 <ㅇㅇ시 거주자>라는 말을 쓰는 게 맞지 않았을까? 그 한 줄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애초에 ㅇㅇ시민이 아니라면 그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내 옆의 여자분은 본인은 ㅇㅇ시민이 맞다며, 그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쟁자의 발언으로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곳 아니어도 뼈를 묻을 곳은 많겠지만, 그래도 학식은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지 일단, 머리를 굴려봤다.


내 주변 친구들 중에 이 지역에 사는 친구가 있던가? 아니 있다고 한들, 위장전입 아닌가? 그렇게 까지 해서 이 곳에 들어와야 할까? 마음속으로 부루마블 판 위에 말을 왔다 갔다 움직여봤다. 몇 번을 움직여도 다시 출발선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 그건 저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순간, 아~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카페에 울렸다.
XX시의 시민으로서 OO시의 사람들에게 내가 할 말은 더 이상 없었고,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0분도 안되어 끝이 난 면접, 김포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짐으로 가득 찬 무거운 가방에 얼굴을 대고 생각했다.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취업사기는 아닌데 공고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을 면접장에 가서야 들을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이런 줄 알았으면, 선발대로 떠난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 갔을 텐데 괜한 시간을 낭비한 것만 같았다.


면접관과 지원자는 사람인에서 처음 만난다.

지원자는 그 회사의 공고내용을 통해, 면접관은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물론,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지원을 한 지원자도 할 말은 없지만, 회사 또한 조금 더 자세하고 확실한 내용을 공고에 써주어, 서로 시간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하철이 김포공항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올 때쯤 핸드폰에서도 '위잉' 소리가 울렸다. 면접 불합격 문자였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마침, 지하철 문이 열렸다. 문자 창을 닫고 무거운 가방을 다시 어깨에 메고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며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잘된 거야, 잘한 거야. 전입신고 안 한 거 잘한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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