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Dec 18. 2021

역사적 사실 왜곡은 처벌 대상인가?

세상에 딴지걸기

5.18 망언 처벌법으로 불리는 역사왜곡죄의 입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역사왜곡죄를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로서 통제한다면 분명한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다’며, 찬성하는 측은 ‘보수정치의 정치적 기제로서 5.18을 왜곡하는 행위는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어느 한 측의 주장만이 타당하다고는 쉬이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사회가 강제 혹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바로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칠 때이다. 자유에 관한 일종의 경전으로 통용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의 핵심 주장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이 논리를 삶에 적용한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임에 동의한다. 그 의견이 얼마나 악하든지 간에 그것이 그 사람의 의견이라면 통제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 단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때만. 5.18은 국가가 주도해서 국민의 기억을 조작했고, 시민들이 주도하여 진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보수정치세력은 조직적으로 그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왜곡된 진실은 5.18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언급한 것처럼 5.18 망언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 상황이 속히 해결되어야 함에는 동의하나, 역사왜곡죄의 입법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그 의견을 통제하거나 강제하는 것에 이용 가능한 다양한 수단들이 포진하여 있고, 그 수단들을 적절히 이용하지 않았다. 처벌이 아닌 다른 수단이 활용되어야 하며, 형사처벌은 국가가 시행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역사왜곡죄 입법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처벌의 대상이 아닌 발언이라 할지라도 사랆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국가적 기억이 국민의 기억이 되도록 강제하는 결과가 도래할 수도 있다. 역사왜곡죄가 남용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큰 위험은 역사왜곡죄를 시작으로 국민의 기억에 대해 강제하는 풍토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준웅 교수의 말처럼, 모든 권력은 역사적 사실을 정치적으로 전유하고자 한다. 권력마다 전유하고자 하는 전유하고자 하는 역사적 사실은 모두 다를 것이다.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정당은 ‘5.18 망언’을, 후에 권력을 쥐게 되는 정당은 또 다른 역사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지도 모른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으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에 형사처벌을 시행하는 전례의 위험성을 논하고 싶었다. 공론장에서의 끊임없는 논의와 설득을 통해, 그리고 더 많은 국민을 포섭하는 방안을 마련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을 상쇄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대학이 진정한 선택의 대상이 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