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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sky Jan 03. 2023

어쩌다 DT

05 -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영원히 건축을 하겠다는 마음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사춘기가 이제야 찾아온 걸까


그냥 다 싫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건축도

설계도, 연구도, 공부도, 돈 버는 일도

다 싫었다. 


열렬히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유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그러다 찾은 유학원에서는

그 당시 나 혼자서는 상상하지 못할 금액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주었다. 

유학을 준비하던 영어학원에서는

취업을 위한 토익 이상의

영어를 통한 사고력, 문장력 등을 요구 했다. 


게다가 그런 학원에 오는 동료들은

하나같이 금전적으로 여유도 있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심지어 스터디 그룹에 한 친구는

학부를 미국에서 졸업하고

아이비 리그 대학원 준비를 위해

한국의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무모한 도전인가 싶었다.

게다가 일년 전 이 길을 걷고 있던 선배는

생각보다 미국 행이 길어지고 있었다. 


모아뒀던 돈은 점점 말라가고

불안했다. 



현금 인출기에서 출금을 하는데 

갑자기 수수료가 붙었다. 


직장인의 혜택이 마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들어 가던 중

같이 건축 작업실에서 동거동락하던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 취직 했어요. 그런데 건축은 아니예요..."

"축하한다~!! 무슨 일인데?"

"IT 회사인데 그래도 대기업이라 안정적일 것 같아요..!"

"와~ 잘됐다!! 근데 IT 회사에선 머하는거야?"


미친듯이 건축만을 바라보던 후배였다. 

나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후배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말미 부터 대기업을 준비했던 것 같았다.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는 길이었지만

우리같은 건축학도, 설계 전공자들은

옵션 중에 없던 길이었다.

게다가 IT 회사???


며칠 뒤 그 후배가 밥을 산다고 하여 만나게 됐다.

생각보다 신이 나 보였다. 


이런 저런 사정을 들었고 내 사정을 듣던 후배는

마침 비 전공자를 많이 모집하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만 영어학원에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마침 후배 회사에서 채용을 한다는 광고를 봤다. 


수많은 정보를 입력하고 서류를 제출했고

신기하게도 서류 통과


하지만 인.적.성...

이리 많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어떻게 풀라는 거지


마치 경시대회를 보는 것 처럼

풀지 못한 수학 문제들을

모조리 찍고 나왔다. 


'안타깝게도 귀하의 능력을 높이 사지만 함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야~ 이거 뭐 경시대회인줄 알았다!! 어떻게 이걸 그 시간안에 다 푸냐"

"형 그거 풀 수 있는 것만 풀고 나오세여~ 찍지 마시고요!!"

"그래? 근데 그럼 몇개 못풀겠던데 ㅋㅋ"

"그래도 그렇게 하셔야 되요!!"


아쉬웠다. 그리고 뭔가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비슷한 회사를 찾아서 

한번 더 도전 하게 되었다. 


오호라 인적성 통과?

내친 김에 면접


"주제 : ABC 건설 회사의 프로젝트 문서를 읽고 계획을 작성하여 발표 하시오. "


"WOW 머야 이건 내꺼야!!" 


며칠 뒤 부모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이게 머니~ 집에 왠 합격 축하 꽃다발이 왔다~!!"




사회의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최고의 시점이 진짜 최고가 아닐 수 있고

최악의 시점이 진짜 최악이 아닐 수 있다. 

최고의 시점에 항상 조심하고

최악의 시점에 항상 기회를 찾아라."


인생은 새옹지마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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