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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휘 May 08. 2019

쿠엔틴 타란티노 입덕 가이드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

#14 통쾌함을 느끼고픈 당신을 위한 영화

독보적인 영화 세계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감독들이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아도 '아, 이거 그 감독 작품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오프닝에서 재즈가 나오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덜떨어진 남녀가 사랑 때문에 곤혹을 겪는다면 그건 우디 앨런 영화인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감독은 그중에서도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사람이다.

Quentine Tarantino

 아는 사람은 너무나 잘 안다는, B급 인척 하는 S급 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의 영화는 "빠지기 어렵지만 헤어 나오는 건 더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개성이 뚜렷한 아티스트는 팬덤도 단단하다. 마니아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이 강할수록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호불호도 더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역시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여러 편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들 중에서 입문용으로 가장 좋은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 (Inglorious Bastards, 2009)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 (Inglorious Bastards, 2009)

영화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챕터 1

 때는 1941년. 프랑스에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 나치군이 찾아온다. 농부이자 집의 주인인 '라파디트'(드니 메노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수상한 방문의 주인공은 '한스 린다' 대령 (크리스토퍼 왈츠). 그는 나치에게 점령당한 프랑스에서 숨어있는 유태인들을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라파디트에게 정중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한다. 라파디트는 성실하게 대답을 하지만 좀처럼 대화가 끝나질 않는다.

라파디트와 한스 대령

 한스 대령은 조용히 본색을 드러내었다. 자신의 별명은 '유태인 사냥꾼'이며, 그 별명은 괜히 얻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더니 유태인이 어디 숨어있는지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의 가족들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라파디트는 사실 이웃이었던 유태인 가족을 숨겨주고 있었다. 겁에 질린 그는 마루 아래를 가리키고, 나치 병사들이 들어와서 그곳에 기관총을 난사했다.

 지하에 숨어있던 '쇼샤나'(멜라니 로랑)는 그날, 가족을 모두 잃었다. 겨우 혼자 지하에서 빠져나와 전력으로 도망쳤다. 한스 대령은 도망가는 쇼샤나에게 권총을 겨누었다가 거두면서 "또 만나자 쇼샤나!"라고 외친다. (ㅎㄷㄷ)


챕터 2

 미군 중위 '알도 레인'(브레드 피트)은 유태인 병사들을 모아서 나치를 조지기 위한 특공대를 만든다. 팀의 이름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망나니 개떼들"이다. 개떼들은 금방 나치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알도 레인의 완벽한 지휘능력뿐만 아니라 나치의 머릿 가죽을 벗겨가거나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내려쳐서 죽이는 등, 잔혹한 복수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알도 레인은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 일부러 한두 명의 포로를 살려주는데, 평생 나치인걸 숨길 수 없도록 이마에 칼로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새겨서 보낸다. 그 소식은 히틀러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히틀러는 개떼들에 관한 소문은 일절 내지 말라며 격분한다.

진짜로 히틀러가 등장한다. 조금 코믹한 버전으로.


챕터 3

 시간이 조금 더 지난 1944년. 쇼샤나는 신분을 바꾼 후 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극장의 간판을 정리하던 중, 한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의 이름은 '프레드릭 졸러'(다니엘 브륄). 혼자서 연합군 250여 명을 저격한 전쟁 영웅이다. 나치군 중에서 그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의 영웅담은 괴벨스가 직접 선전용 영화로 제작했는데, 곧 시사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쇼샤나에게 반한 졸러는 괴벨스에게 부탁해서 시사회를 쇼샤나의 극장에서 하자고 요청한다. 시사회엔 나치의 고위 인사들이 모두 모일 예정이었다. 무려 히틀러까지! 이건 기회였다. 가족의 복수뿐만 아니라, 이 전쟁을 끝낼 기회. 쇼샤나는 시사회 날 극장에 불을 질러 모두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멜라니 로랑 너무 예쁘다


챕터 4-5

 개떼들도 나치 고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시사회에 몰래 들어가기 위해 독일-영국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는 브리짓과 접선하기 위해 어느 술집에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그 날 나치군들이 잔뜩 모여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눈을 피해서 무사히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쇼샤나는 준비를 모두 마쳤다. 당시에 사용하던 영화 필름은 매우 불에 잘 타는 재질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필름을 한자리에 쌓아놓고 불을 붙이면 극장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것이다. 그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B급 감성

 쿠엔틴 타란티노는 B급 감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다. B급 영화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매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당당함, 이래도 되나 싶은 파격적인 시도, 그리고 노골적이고 과한 표현. 그런데 불쾌하다기보단 묘한 쾌감이 있다. [데드풀], [킹스맨]을 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킹스맨 1]의 교회 신과 마지막 불꽃놀이 신이 마음에 들었다면 [바스터즈]도 마음에 들 것이다.

 [바스터즈]에는 히틀러, 괴벨스 등 실존 인물도 등장하지만 배경만 실제 역사에서 가져왔을 뿐,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허구다. 그렇기에 신나게 나치들을 학살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다만 다른 B급 영화와는 다르게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미장센, 서스펜스, 각본 등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한스 린다'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력은 상당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에 버금가는 악역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타란티노 감독 영화는 감성만 B급의 것일 뿐 그 퀄리티는 S급이다.


예측불가

 그의 영화에는 클리셰가 없다(어디서 본 듯한 뻔한 요소). 대표적인 예시론, 선과 악의 구별이 없다. 착한 놈이 나쁜 짓을 하고 나쁜 놈이 더 나쁜 짓을 한다. 그냥 모두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다음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잘 되지 않는다. 꽤나 중요해 보였던 캐릭터가 별 다른 활약 없이 죽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싸움이 시작되기도 한다. 나름의 예측을 해보아도 타란티노 감독은 몇 수 앞에서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카타르시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B급 감성은 한 번 폭발하면 엄청난 뽕맛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뼈대는 천천히 쌓인다. 여기서 이 인물이 어떠한 일을 하고, 저기선 저 인물이 일을 벌인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하게 누가 죽고, 스케일은 점점 커져간다. 긴장감이 최대가 되었을 때,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또 다른 위기가 나타나더니 마침내 대학살이 펼쳐진다. 쌓였던 긴장감이 터지면서 미쳐 돌아가는 광경을 보며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웰컴 투 타란티노 월드

 만약 [바스터즈]가 마음에 들었다면 [킬빌], [헤이트풀8], [장고: 분노의 추적자]도 추천한다. 그리고 빠르면 올여름에! 그의 신작이 개봉한다.

 제목은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타란티노 감독은 총 10편의 영화만 찍고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었는데 이번이 벌써 9번째 작품이다. 게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알 파치노, 마고 로비(할리퀸!!)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196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당시 영화계의 뒷이야기가 주요 줄거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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