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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Apr 23. 2024

부부 재산분할은 칼로 물 베기

명확한 선을 긋는 작업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산분할이 아닐까. 이혼이 소송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잘잘못의 크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의 분쟁 때문이니까.


재산분할이라는 게 칼로 무 자르듯 그렇게 딱 자를 수 없다. 물론 이해관계 등 무수한 조건들이 재산 분할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정말 구분 짓기 어려운 애매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마치 칼로 물 베기처럼 어렵다. 재산만 놓고 가르기를 하려 하면 쉽겠지만, 가정을 이루는 요소는 그것만으로 이루어져있지 않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부채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보험, 이자, 공과금 등 각종 비용을 가르지 않고 재산만 가지고 나눌 수는 없었다. 우리가 최소한의 삶을 사는 데 있어 필요한 필수 요소들이니까. 양육비 계산도 이런 비용을 포함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 차감하고 주겠다는 상대방의 주장을 꺾을 수 없다. 결국 이혼의 가장 중요한 절차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였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이자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집으로의 이사를 선택했고, 그것은 생활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양육비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법정 한계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그동안 남편의 통장에 묶였던 자동이체 비용을 모두 내게로 옮기고, 남편이 지불하던 각종 요금들을 나의 계좌에서 나가도록 바꿔야 했다.


이혼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때에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내가 그동안 남편을 얼마나 의지해왔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자잘 자잘한 요금들이 내 통장에 붙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하나하나의 작은 부담들로 나에게 덕지덕지 붙었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압박하며, 남편이 느꼈을 압박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그런 걱정 없이 지내게 해 준 남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깨닫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우리는 이혼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부부간의 여러 이해관계들을 정리하며. 그렇게 하나하나 끊어나가는 것이 이혼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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