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Apr 23. 2024

ADHD와 의리

친구를 손절해버리는 아이

첫째가 하교 후에 친구 둘을  데려왔다. 한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며 돈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간신히 현금을 찾아 주었다. 그러나 1만 원 권이라 친구에게 갚을 수 없었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편의점에 다녀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지만 아이는 이미 그쪽으로 생각을 마쳤다. 그냥 나가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두 아이 중 하나가 집에 가서 가방을 두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아이도 따라나섰다. 그렇게 아이들이 나갔다.


잠시 후 아들과 친구가 들어왔다. 정산은 이미 끝난 모양이다. 돈을 나누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 과자를 나에게 덤(?)으로 주었다. 그런데 다른 한 친구가 아직 안 왔다. 아들은 그 친구를 마중 나간다며 나가버렸다. 같이 온 친구는 또 다급하게 아들을 따라갔다.


다시 셋이 사이좋게 들어왔다. 그리고 몇 가지 잡담을 하더니 방에 들어가 폰도 보고 책도 보고 시시덕거리다가 아들이 일어나서


"얘들아, 나는 잠깐 자전거 좀 타고 와야겠어."

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무척 깜짝 놀랐다. 이렇게 친구를 데려와서 자전거 타러 나가겠다고 한 게 벌써 3번째다. 저 아이는 진심인데, 다른 아이들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아이는 자전거 타러 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제야 친구들은 "진짜?" "진짜?"하고 물었다. 장난인 줄 아나보다. 물론 진심이다. 하지만 장난으로 무마시켜야 한다. 나는 첫째를 내쪽으로 불렀고 작은 소리로 그래선 안 된다고 눈치를 주었다.


첫째는 왜 안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눈치를 주니까 그냥 알았다는 듯이,

"농담이야 농담."

이라며 친구들 틈으로 들어가 함께 게임을 했다. 나는 간식을 챙겨주며 안도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첫째와 대화를 나누었다. 첫째는 진심으로 나갈 생각이었고,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막막해졌다. 그리고 나는 여자인데 남자아이들은 원래 이렇게 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오늘 일어났던 사건들 모두 이상했다. 친구만 집에 엄마와 함께 남겨두고 나가는 아이. 친구들만 두고 자전거를 타러 나가겠다는 아이. 이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 주려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의리야."


여자친구들처럼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친구로서 친구를 챙기고 함께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혼자 행동하거나, 돌발행동을 한다. 예상가능성을 벗어나는 친구는 불편할 것이다.


"친구와 함께 움직이기로 한 순간부터는 세트메뉴야. 세트메뉴는? 함께 다녀야 하지."


나는 아들에게 친구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입장이 바뀌었을 때의 기분도 상기시켜 주며 아이에게 친구를 어떻게 챙기는 것인지 알려주었다.


"공식이야, 외워."


"친구는 의리로 맺어져야 돼. 의리 있는 친구는 친구와 따로 행동하지 않아. 그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러면 그땐 나는 갈게 하고 잠시 떨어져 나오면 되는 거야. 아직 함께하는 중에는 너는 그 친구와 모든 걸 같이 해야 돼."


초등 6학년, 한창 또래문화가 형성될 시기이다. 친구와 함께 놀기는 하지만 따로 행동하는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또래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한 이유를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래문화가 형성되다 보면 나쁜 물이 들 수도 있다. 친구가 비행행동을 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듯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함께 하도록 무차별적으로 따르도록 할 수도 없었다. 늘 함께, 하지만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엔 거절하기.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