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자녀를 키울 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일까? 뭐, 많겠지만 나는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규칙준수'라고 생각한다. 비도덕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 말이다.
가장 힘든 점은 아침 준비다. 잠드는 것도 뇌가 각성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잠들지 못해서 밤 잠도 잘 못 든다. 그것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게 만든다. 늦게 잠든 것도 문제지만 각성이 안 되어 눈을 뜨고 있어도 잠든 상태와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시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그저 '존재'만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무엇도 빠르게 할 수가 없다. 거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물론 '무엇을 하겠다'라는 의지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매우 느리다. 거북이다.
바쁜 아침 시간에 너도 나도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며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는 계속 '멍~'하기 때문에 부모는 속이 터진다. 다그치고, 화도 내고, 등짝 스매싱을 하기도 하고, 대신해주기도 한다. 아이는 10세가 넘어가지만 아직도 4세와 같은 발달 능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실제로 자기가 못하는 게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것이 문제다. 알면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모든 상황에서 나타난다. 학교생활에서도 '굳이 규칙을 꼭 지켜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방과 후교실에 가지 않거나, 지각을 밥먹듯이 한다. 수업시간에 조용히 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즉흥적으로 해버리기도 하여 교사가 아이를 거부하여 수업을 거부당하기도 하였다.
한 번은 학교 생활 중에 멀리 있는 문구점에 걸어서 간 적이 있다. 바로 포켓몬카드를 사기 위해서였다. 한 번의 일탈은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번지게 만들었고, 덕분에 학교에는 방과 후 전에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시켰다. 아이 덕에 새로운 규칙이 생긴 순간이었다.
놀러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미끄럼틀을 타러 오르지 않는다. 그 위의 지붕으로, 난간으로.. 그렇게 매달리며 위험하게 논다. 그것은 다른 남자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도 하였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주변 보호자들은 아이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물론 아이는 인지하지 못한다.
친구들과 놀 때도 마찬가지다. 저학년 때까지는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였다. 놀이나 운동, 게임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여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다. 고학년이 되니 그런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것 같다.
2. 해결방안
이렇게 ADHD는 일상의 반복을 지키는 당연한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늘 일탈이 일어난다. 그러므로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당연함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계속 당부해야 한다. 기억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물어보고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재차 일러둔다. 그리고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는 동선 안에 시각적으로 표시해 준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아이가 직접 그린 행동방안이 있다. 샤워, 양치, 아침 준비 등.. 아이가 (당연하게)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모든 일과에 글과 그림으로 행동지침을 준다. 특히 글보다는 그림으로!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종종 깨지고는 한다. 물론 너무나 답답하고 화가 나는 많은 순간들이 지나간다. 하지만 화를 내서 아이가 잘할 거라면 해도 되지만, 사실 매우 비효과적이다.
3. 칭찬과 지지
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라. 먼저 믿어주어야 한다.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잘해야 잘한다 하지. 이뻐야 사랑한다 하지.' 하지만 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라. 실수하기 전에 먼저 알려줘라.
우리 아이의 경우 아이에게 씻으라고 할 때마다 하기 싫다며 대왕짜증을 냈다. 그저 귀찮아서. TV를 더 보고 싶어서. 그런데 그 짜증의 발향이 엄마에게로 향했고, 물론 나는 매우 불쾌해졌다. 그래서 "네가 씻어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 3가지"를 줄줄 나열하고, "네가 짜증 내면 안 되는 이유 3가지"를 또 줄줄줄....
그런데 아이가 그걸 모를까? 알고 있다. 다만 하기 싫은 건, 아이나 어른이나. 다만 어른은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실수하기 전에 방법을 바꾸었다. "아들~"이라는 나긋한 표현으로 시작했다. 또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아니면 "우리말 잘 듣는..." "우리 멋진~" 등등.. 아이를 수식할 수 있는 멋진 말로 부드럽게 시작하자. 그러면 아이는 '하기 싫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 어쩔 수 없군'과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일어선다. 거기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 "하기 싫었을 텐데, 엄마 말 들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정말" (귀찮은데도 일어나주는 거야? 이래서 엄마가 사랑할 수밖에 없다니까 우리 아들~?)
아이는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으쓱하며 자연스레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한다. 아이와 트러블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며, 아이와 부딪히는 순간을 줄여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그다음 행동에도 호의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다. 대화 사이에 기름칠을 하는 부드러운 말을 꼭 넣어주자.
규칙을 잘 지키게 하려면, 왕도는 없다. 항상 일정한 규칙을 지키도록 하고, 반복적으로 지키게 하는 것. 일정한 루틴을 반복적으로 지키게 하고, 타협하지 않는다. 피곤해 보여서, 힘들어 보여서.. 등 다른 핑계로 루틴을 깨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를 돕는 방법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돕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