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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Nov 12. 2022

조아콰이어의 좋은 나라가 나에게는..

너와 함께 살아갈 이상적인 어떤 세상

싱포골드를 재미있게 보다가, 조아콰이어의 무대를 보며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울컥했다. 저건 반칙이다. 저런 사연들을 듣고 나면 감정 이입이 더 짙어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눈에 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미 중반 지나서부터는 멈출 수가 없었고, 끝나고 나서도 긴 여운과 함께 눈물이 쏟아졌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시와 노래는 그렇다. 어떤 한 가지 뜻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읽는 화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중의적인 표현을 쓰고, 그렇게 아름다운 시와 노래가 완성되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친다.


시인과 촌장은 나에게도 낯선 가수였다. 그렇지만 노래는 어느 순간 들어봤는지 익숙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렇게 파고들지 몰랐다.


나에게 좋은 나라란 무엇인가


조아콰이어는 도입부에서 이런 말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좋은 나라를 떠올리며 감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첫 구절부터 '아이'를 떠올렸다.


아픈 아이는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그중에도 아픈 아이는 유독 아픈 손가락이다. 나의 첫째가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최근 학년이 올라가며 스스로 수행해야 할 능력이 확대되고, 그렇게 요구받고, 뇌 성장도 지속되는 과정에서 아이는 또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안타까웠다.


평소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때, "왜 그렇게 해"라는 말을 듣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안타까웠다. 상대를 이해하지도, 상대에게 이해받지도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마치 외딴섬 같아 보여서.. '그러다가 나중에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지?', '비뚤어지면 어쩌지?' 이런 불안감이 아이를 자꾸 닦달하고 다그치게 만들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분명 목격했지만, 나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런 나에게 좋은 세상이란, 아이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이가 자기 자신답게.. 어떤 모습이든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세상. 아이의 이런 모습 또한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 우리에게 그런 세상이 올까? 나는 너와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나는 세상의 전부일 텐데, 타인의 눈치 보는 세상,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세상, 야박한 세상을 계속 보여주고 있던 게 아닐까.... 나는 오히려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나를 가두고 있던 것은 어른의 시선이었고, 그 시선 속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살고 있었다.


물론 쉽게 벗어던질 수 있는 굴레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너무 강요하지도 말아야겠다. 그냥 그런 상태 그대로. 그런 아이로서 받아줘야 하는 게, 아이의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후회했고, 슬퍼졌고, 많이 아팠으며, 반쯤은 내려놓았다.


완벽해질 수 없으며, 너무 잘할 필요도 없고, 그냥 생긴 대로 그렇게 살다 가자. 그렇게 너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너의 풍부함을 밑천으로, 그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자. 너에게 무슨 보상을 원해서 너의 완벽한 모습을 바랐을까. 자꾸만 채워지는 욕심이 너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고 미안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시 엄마는, 너와 내가 좋은 나라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일주일간 다시 듣고 또 들어도 아프게 울었다. 마음을 많이 어루만져주고 나서야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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