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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Nov 11. 2022

아침 전쟁

멍한 아이, 화나는 부모

아침마다 전쟁이다. 원래 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은 전쟁일까. 우리 집 모습은 웃기다. 느긋한 아이와 안달 난 엄마가 있다.


무얼 하든 느긋하다. 늦어도 늦었다는 자각이 없다.  "너 늦었어."라고 말해줘도 빤히 바라보는 시선만이 돌아온다. 마치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순서를 알려준다. 밥 먹고, 양치하고, 가방 챙겨서 가야 해. 가방에는 물통을 넣고....라고 해도... 우왕좌왕이다. 순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만 기억한다. 그래서 하라고 한 것을 모두 다 수행하려고 난리다. 그러다 보니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문제는 밥이다. 밥을 반공기만 준다. 20분이 걸린다. 그보다 조금이라도 많으면 30분이다. 밥을 천천히 먹는 게 아니다. 마치 자린고비처럼 먹는다. 밥 한 술에 허공 응시....... 밥 한 술에 허공 응시........ 마치 의욕 없는 사자 같다. 눈에 빛도 없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하고, 을러도 보고,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고, 일일이 챙겨주기도 해 봤다. 하지만 늘 의욕 없는 사자의 빛을 잃은 눈빛뿐이다. 그 순간 아이와 나 사이에 벽이 놓인다. 나도 너도, 벽을 바라보고 섰다.


아이의 시선은 내게 닿지 않고, 나의 목소리는 아이에게 닿지 않는다.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어도, 우리 사이에는 마치 강이 놓인 듯 멀다. 이 멀고 먼 사이를 당기려는 나와, 무감각한 아이와의 승부다. 당겨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이제 열한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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