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좋을 병(病)이 있다. 해마다 오월(五月)이면 어김없이 앓는 장미 증후군.
길 가다 서서 한참을
아파트 철책(鐵柵) 휘감아 오르는
붉디붉은 넝쿨장미 본 것인데요.
그때 이후 눈 홧홧해
견딜 수가 없던 것인데요.
참다못해 동네 허블 안과 찾았는데요.
우주의 심연(深淵) 들여다보듯
찬찬히 내 눈 들여다본 의사께서
원인 묻는 내게
‘다발성 장미 증후군’이라는데요.
혹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낭만적인 병명(病名)과는 달리 그날 밤 저는
거의 뜬눈으로 밤 지새운 것인데요.
눈썹께 지나던 태양이 느닷없이
수천수만의 장미꽃들로 흩어져
점차 부풀어 오르다가는 팝콘 터지듯
펑,펑 터져 눈부셨기 때문인데요.
혹, 어느 곳 지나시다 무더기로
울타리 휘감아 오르는 장미 보시거든
부디 흘낏, 보고 지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