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
최근까지 저의 지인들 또는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의 공통적인 질문을 하나씩 올려봅니다.
질문) 간호대학 가기 쉽나요?
답변) 비교적 쉬운 편이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4년제 이름 있는 대학교의 간호학과는 입학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이었던 3년제 전문대학교는 줄을 서면 들어간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입학정원수가 여유로웠습니다.
당시에는 형제가 많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집의 장녀들이 자신의 생계와 가족을 위해서 선택하는 전공 중 하나였어요. 어디에나 병원은 있고, 간호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죠.
또는 원하는 학교나 학과가 떨어지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둘 수 있는 전공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선택지에 남아있던,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던 전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간호대학에 입학했던 2010년 무렵에는 예전에 비해 취업이 쉽지 않은 시대였어요. 금융위기를 겪으며 IMF 이후에 최악의 취업난이 있었기 때문에, 취업을 보장받고 나름대로 급여도 괜찮은 수준이라며 간호사가 되는 것이 인기가 많은 상황이었어요. 제 첫 전자책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저는 꼴찌로 합격을 했었습니다만 제 동기 중에는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했던 친구도 두 명이나 있었고 그들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입학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간호사가 되는 길은 쉽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전국의 간호대학이 4년 제로 통일이 되어 학업의 질은 그만큼 높아졌지만, 간호대 입학인원 증원 등의 이슈로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입학은 그나마 쉽지만 학부과정이 쉽지 않고 졸업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요.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네요.
질문) 간호사 되기 쉽나요?
답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값어치가 있습니다.
학부 때 성실히 공부하고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간호대학을 졸업해서 학부생 모두가 원하는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으로 이름 들으면 알만한 엄청 큰 병원들)에 취업을 하고 이직과 퇴사 없이 꾸준히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나름 쉽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다만,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매년 몇백 명 단위의 신규간호사를 채용하지만 전국의 간호대학을 졸업하는 인원의 소수만이 그 안에 포함되고, 출근을 하더라도 '나만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공부해 왔던 학생때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고 느낄 수는 있겠습니다. 여전히 현재에도 신규간호사의 50% 이상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을 하는 환경이기에 간호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규모가 큰 병원에만 목을 매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도 언급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무조건 크고 유명한 곳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체력이 약하고 극한상황을 보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신규간호사가 상급종합병원에 취업을 한다면 체력적으로 부치는 근무환경과 수많은 중증환자들을 보며 삶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일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또 중년의 신규간호사라도 체력이 좋고 삶을 살아온 만큼의 연륜을 발휘할 수 있다면 굳이 나이에 묶여 새로운 도전을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간호사는 가장 약한 사람을 돕는 고귀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좋은 직업입니다.
질문) 간호사로 미국이민 가기 쉽나요?
답변) 정말 어려운 길 입니다만 선택한 의미와 만족할만한 결과가 충분히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가 노력과 훈련 대비 사회적인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문적인 직업인가라는 의미에서는 너무나 당연히 엄청나게 가치 있고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직업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가장 가까운 예로, 저는 학부 때 국가장학생 자격으로 미국의 간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학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놀라웠던 점이, 당시에 배우고 있던 전공교과서들이 모두 미국의 교과서를 번역한 책이더라고요. 이미 한국에서 배운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음에도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시간에 실습을 하면서 한국에 비해 적극적인 실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간 배운 모든 내용을 모두 끄집어내어 수업을 마쳤는데 그 경험이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간호사가 되어서도 잊히지 않았고, 지금의 저를 만든 많은 경험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계시거나 간호사가 되기를 꿈꾸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지언정 그 실력과 노력하는 자세는 미국에 이민을 가고 간호사로 일하게 될 때 엄청나게 든든한 뒷배가 될 거예요.
그리고 간호사로 일하면서 보통사람들에게 언제나 존중받고 존경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에 찌들어 잊고 있던 사명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위치이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간호사에게 많은 역량과 책임감을 요구하면서 그만큼의 권한을 줍니다. 내가 노력하고 챙기는 만큼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좋은 결과와 영향력을 줄 수 있기에 힘든 직업이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질문) 미국 가서 간호사공부를 해야 되나요? 아니면 한국에서 간호사가 되고 미국을 가는 게 좋나요?
답변)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오백만 가지의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직 한국을 떠나는 것이 두렵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며, 해외에서 공부하며 드는 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이시라면 한국에서 간호사가 된 이후에 임상경력을 쌓으면서 미국으로의 이민과 취업을 준비하시기를 추천드려요.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간호대를 졸업했다면 학위인증절차에 따라 미국면허시험(필기)을 응시할 수 있고, 합격하면 미국면허를 바로 취득하고 미국 내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 등을 통해서 미국에 정착하면 조건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미국 병원에 직접고용이 되었고 한국의 모든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았습니다. 영주권을 받기 위한 조건이 추가되긴 하지만, 어차피 미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신분이므로 영주권을 받고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정된 것인지는 이미 많은 분들이 인지하시리라 봅니다. 여기에서는 미국간호사가 되는 방법에 대해 기술할 예정이므로, 영주권 등 다른 조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채널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영어공부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이 가장 많은 방법과 저렴한 비용 두 가지를 모두 잡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만일 한국을 어서 떠나고 싶고, 영어는 잘 못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이나 본인의 재력이 상당하여 해외에서 유학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한국의 간호대학 진학보다는 미국으로 간호대 유학을 가셔서 졸업 후 opt비자를 이용해서 병원 취업을 하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테크트리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20대 초중반이시면 저는 이 방법을 강력히 추천드려요. 한국에서 준비하면 안정적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한국을 떠나는 과정이 갑작스럽지 않겠지만,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이에 마냥 안정적인 것만 권해드리는 것은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대학에 입학하려고 지원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정도의 실력이면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도 스스로 충분히 미국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영어에 익숙해지고 미국의 환자들을 응대할 수 있는 스킬을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어느 선택을 하시던지 응원합니다!
두줄요약.
한국에서는 간호대학을 가기도, 간호사가 되기도 쉽지는 않으나 미국으로 이민 가면 고진감래다. 고생한 거 보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