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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Nov 27. 2023

미국으로 가야 하는 이유

간호사이기에 행복한 고민을 하는구나

 해외간호사를 다시 고려했을 때, 처음엔 어느 나라가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어서 거의 모든 영어권국가의 간호사를 목표로 정보탐색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가고자 하는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가까웠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내가 갈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찾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하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하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2015년에는 지금과 다른 기조의 해외간호사 선호도 때문이었는데, 그때에도 간호사의 인력부족은 있었지만 자국에서 해소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부족한 인력이 있다면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인도 또는 아프리카출신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간호사들을 원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영어가 모국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지 않는 국가의 간호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인력들이 은퇴를 준비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이슈까지 터지고 나니 2023년 현재는 많은 영어권국가에서 간호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한국간호사의 해외진출로 정보도 많아졌기에 지금은 호주, 뉴질랜드, 영국, 사우디, 미국, 캐나다 등 그 어느냐라도 내가 원한다면 갈 방법이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불과 8년 전에 내가 준비하던 시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으니 지금 만일 해외간호사를 준비하는 중이라면 얼른 노를 저어서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기 바란다.



우선 영국은 아예 해외간호사를 모집하지 않았다. 브렉시트 이전이었기 때문에 유럽의 여러 나라의 간호인력이 영국으로 일하러 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굳이 아시아의 비영어권 간호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의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치고 면허를 받으면 최소한의 임상경력시간만 가지고 영국간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에이전시 또는 병원에 직접고용을 통해 취업비자를 받고 간호사로 일하러 갈 수가 있게 되었다. 영국은 취업비자를 받고 5년간 일을 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있지만 일부러 돈을 주고 여행도 가는 나라에서의 생활을 마다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엄연히 다른 나라이지만 서로 자매 같은 사이였고, 호주가 뉴질랜드에 비해서 영토가 크고  도시지역이 많아 사람들이 이주를 선호했기 때문에 간호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좀 더 엄격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뉴질랜드와 거의 비슷했다. 둘 다 한국의 간호대학 커리큘럼과 면허를 온전히 인정해주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정해놓은 교육과정을 다시 이수하고 영어시험을 쳐야 했다. 그리고 이는 취업을 위한 간호사면허의 조건이지,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또, 지금은 제법 많이 알려진 아이엘츠(IELTS)라는 시험이 당시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시험이었고 그만큼 시험에 대한 정보 자체가 많지 않아서 호주나 뉴질랜드에 직접 가서 하는 편이 오히려 국내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코로나 시국에 이민자를 받지 않던 시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가게 운영을 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전문가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의 간호사들이 좀 더 조건이 좋은 호주로의 이주를 하게 되면서 뉴질랜드는 더욱 간호사의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 때문에 취업비자를 받고 일정 조건을 채우면 신청할 수 있게 되어있던 기존의 영주권을 이제는 조건 없이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상태까지 풀어놓게 되었다. 참 격세지감이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의료계, 법조계 등 국내의 기둥을 받치는 업종의 인력들은 해외인력으로 채우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큰 것처럼 보였다. 2000년도 초반에 알게 된 내 친구도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졸업했지만 의대를 가기에 유학생에게 불리한 조건에 고민하다 한국의 의대를 가기 위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현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캐나다로 간호사가 이민을 가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으며, 처음부터 간호사로 유학을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여서 후보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하지만 캐나다도 요즘에는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간호사로 이민을 준비하고 실제로 성공한(?) 분들의 실사례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미국과 맞닿아 있지만 전혀 다른 의료제도 운영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간호사에게는 미국보다 더 선호하는 조건을 가진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의 병원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지만, 캐나다는 이를 필수로 인정하기 때문에 급여는 적지만 그만큼의 베네핏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우열을 가리기는 힘든 조건일 듯하다.




이렇듯, 나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찾다가 남은 것이 미국이었으며 처음부터 미국에 가고 싶어서 준비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와 가장 잘 맞는 국가를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미 교환학생으로 간호대학을 경험해 본 나라였고, 지냈던 시간 동안 남과 비교하지 않는 합리적인 인식과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가치관이 나와 잘 맞았다.

멜팅팟(melting pot)으로 불리는 다인종 다민족 국가이고 나와 같은 아시아 소수민족에게도 노력한 만큼의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 느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간호사에게 취업비자보다는 영주권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신분에 대해 불안할 필요가 없었고 이는 그만큼 필요한 인력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영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구하는 조건이 적지 않았고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는 상황이라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오랜 기다림에도 나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만일 나처럼 미국으로의 간호사 이민을 고려하시거나, 미국에서 학업을 한 뒤 간호사가 되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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