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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Sep 02. 2022

혼자 사는 사람의 만족도가 더 높다?


며칠 전에 일본의 우에노 지즈코가 지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건 의외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의 만족도가 2인 가정의 만족도보다 높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2인 가정이라는 것은 꼭 부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과 자녀의 경우도 2인 가정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왜 2인 가정보다 노인 혼자 사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2인 가정의 경우 혼자 사는 것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본문에 보면 어떤 중년의 딸이 노인이 살고 있는 가정에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을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와서 같이 면서 노인을 돌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사실은 노인은 그 중년의 딸과 계속해서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노인도 혼자 살면서 자신의 삶의 가치관과 스타일이 있었고, 중년이 된 딸도 혼자 살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집에 들어온 중년의 딸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딸은 엄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엄마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딸은 상담가를 찾아가서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물었다. 그러자 상담가는 딸에게 말했다. “노인이 살고 계시는 집에서 나가세요”. 영문을 모르고 있는 딸에게 상담가는 말했다. 이유는 중년의 딸이 집에 오기 전에는 엄마는 혼자 지내면서 잘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가의 말대로 딸이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야 엄마와 딸의 갈등이 해결 되었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였다. 나는 노인이 혼자 살고 계시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혼자 살아가는 노인에게 같이 가서 살며 노인을 도와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평소에 했는데, 혼자 살아가는 기간이 이미 오래된 노인의 경우에는 자신이 혼자 살아가는 스타일이 익숙해져 있어서 새삼스럽게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의 삶이 침해되는 것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해결책은 풀타임 보호자가 아니라 파트타임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혼자 계시는 노인과 같이 살아가기보다는 주변에 따로 살면서 자주 방문해 드리면서 보살펴 드리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그것이 생활의 질을 훨씬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것은 의외인데”는 위급한 상황에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에는 사람들이 노인이 되어서 임종이 가까워지면 자녀들이 의례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고 그래서 응급실에서 연명치료를 하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치료를 하다가 몇 주 혹은 몇 달 후에 임종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 자녀가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이 노인과 가족들에게는 불행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노인이 응급실에 가면 해야 할 일은 먼저 심장이 정지했을 때 심폐소생법부터 시작해서 인공호흡기를 다는 것이다. 인공호흡기를 다는 순간부터 노인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인공호흡기를 기도에 삽관하는 것도 큰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인공호흡기를 다는 순간 노인이 자의적으로 하는 호흡을 멈추고, 인공호흡기에 의해서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제를 투여하여 노인을 잠을 자게 한다. 게다가 의식이 없어 대부분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유롭게 면회를 할 수도 없다. 이런 죽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 때 응급실에 모셨고, 최선을 다해 치료를 했으며, 그래서 자녀들은 마음의 아쉬움과 죄책감을 덜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명치료는 노인과 가족들의 마지막 만남의 시간을 빼앗아 간다. 심정지가 오면 심폐 소생을 하더라도 심정지가 다시 올 확률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첫 번 심폐 소생을 하고 나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부모와 자녀가 병원에서 헤어질 것이 아니라, 이 시간을 부모와 자녀가 만나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못 나누었던 사랑을 표현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녀가 노인에게 하고 싶었던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노인이 자녀들이 베풀어 주었던 사랑에 감사하는 시간을 나누어야 한다. 손자 손녀가 있다면 이 때야 말로 노인이 살아온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고 삶을 마지막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는 말은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하며 죽는 것을 피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하라”는 말이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하면서 생명이 끝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가족들의 곁에서 마지막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죽음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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