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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Aug 25. 2022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자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은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다.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영화가 토스카나 지방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라는 내용을 읽고 나서, 시간을 내서 이 영화를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겠다. 영화를 직접 보면 될 테니까. 그러나 그 영화에서 흐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마음에 여운을 준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혼을 앞둔 아들은 아내의 집안에서 운영하던 갤러리를 사려고 하니, 돈이 필요해서 아버지와 공동 명의로 된 이태리에 있는 집을 팔려고 한다. 어린 시절 가족들은 모두 이태리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태리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흉가가 되어 버린 집을 수리해서 팔려고 아들은 아버지를 설득해서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방으로 여행을 한다. 그 집을 수리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오랜 세월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가 이 집을 비워두고 떠난 이유는 엄마의 죽음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화가로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여 자신이 아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 것도 잊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내가 운전을 하여 아들을 데리고 오다가 차 사고가 나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향한 슬픔을 지우기 위해서 아버지는 아들을 먼 곳의 사립학교로 보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멀리 보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이 성장하여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는 아들과 더 서먹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서 가족들이 같이 살던 기억이 있는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집을 수리해서 팔려고 돌아오게 된 것이다.


  왜 아버지는 아들을 먼 곳의 기숙사 학교로 보낸 것일까?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마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상처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에 관계된 것, 아들의 유년 시절에 대한 모든 자료를 이태리의 집 창고 방에 감추어 두고 아들은 먼 기숙사 학교로 보낸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엄마에 대하여 말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수리 과정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속에 있는 죄책감을 보게 되었다. 자신이 아내를 운전하도록 하지 않았으면,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아내에 대한 후회와 슬픔이 죄책감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슬픔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기를 원했던 것 같다. 엄마를 떠올리지 말아야 아픔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슬픔의 자리에서 먼 곳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며 슬픔을 차단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중요한 것은 그 슬픔을 처리할 수 있는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슬픈 일이 생기면, 단순히 슬픔 만을 제거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사람들은 슬픔을 만났을 때 충분히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시간을 가질 때, 마음의 정화가 이루어지고, 슬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을 아버지는 알지 못했다. 결국 아들은 집수리를 하다가, 아버지가 감추어둔 과거의 물건이 있는 창고 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 방에서 아버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아버지는 자신의 죄책감에 눌려 오열한다. 그들은 서로를 품어주며, 그들의 상한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슬픔과 아픔의 문제를 만나고 살아간다. 슬플 때는 슬퍼하고, 아플 때는 아픔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하지 않으면 우리는 감정의 함정 속에 빠져서 영원히 허우적거리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슬픈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지 못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슬픔과 마주하며 서로 위로하며, 품어줌을 통해서 슬픈 일을 만났을 때 슬픔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며 그 슬픔을 극복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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