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는 일들이 있다. 닳지도 않은 채 마음에 오래 남아 야금야금 나에게 짜증과 상처를 주는 일들이 있다. 무뎌지기는 커녕 더욱 날카로워져 떠올릴 때마다 작은 생채기를 남기는 것 같다. 분명히 살면서 더 화나는 일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어떤 화들은 끈질기게도 휘발되지 않고 나를 귀찮게 한다. 생각해 보면 아무 말도 못 한 채 상황을 모면해야 했던 일들이 마음에 더 남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채 마음 한 구석에 앙금처럼 쌓여가는 그런 일들. 나를 화나게 한 그 상황과 아무 말 못 하고 적당히 넘겨버린 나 중, 어떤 것에 더 화가 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몇 번이나 그 상황에 돌아가더라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민하지만 상냥한 나는 몇번이고 은은하고 어색한 웃음으로 그 상황을 넘긴 채 조용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집으로 와서 오랜 기간 곱씹으며 두고두고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분노를 쏟아낼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말쯤은 웃어면서 넘기라고 할지 모른다.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일들쯤은 적당히 넘길 나이가 되지 않았냐고 이야기한다. 누구는 그런 말을 듣지 않게 행동했으면 되는 일이 아니겠냐고 한다. 이런 2차 가해에 나는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다.
사람의 예민함 지수 분포를 생각해보자. 어디엔가는 나보다 더욱 예민하고 상처에 취약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반면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 무던한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당신이 예민함의 스펙트럼 상에서 예민한 쪽에 치우친 사람이라면 이 글들을 읽고 함께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들 웃어넘기는 일에 나만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닐까 하고 본인을 탓하던 날들에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무던한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예민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기준을 세워야 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상처주지 않는 선으로 기준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이 글들을 통해서 생각보다 사소한 한 마디에도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에서 못한 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에서 못했고 앞으로도 앞에서는 하지 않을 이야기이다. 뒷담화와 하소연의 중간쯤 어디엔가 속하지 않을까 싶다. 잠 안 오는 새벽 누군가가 씩씩거리며 쓴 일기장을 보는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앞에선 못한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