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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Sep 06. 2021

정치적 신념

feat. 국회의원 윤희숙

  내게는 정치적 신념이 있다. ‘(누구 말마따나)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니, 똑같은 놈들끼리 서로를 견제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그 신념은 더욱 굳어졌다. 서로를 견제하도록 분리해 놓은 권력이,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정당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졌고, 그 폐해를 지독하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보수, 여당, 야당, 제3당, 그 어느 집단이 되었든 간에,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민주주의의 의의와 가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그렇기에 정치에 관심을 줄 만한 시간과 열정이 없다 하더라도, 뽑고 싶은 정당이나 사람이 없더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이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나는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 열렬히 좋아하는 정치인도 없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 그놈이 그놈일 테니까.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한 국회의원의 자문단 중 한 명으로 단체톡 방에 소속되게 되었다. 여러 분야, 다양한 세대에서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실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나는 이곳에서 청년으로서의 삶과 고충, 그리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을 말했다. 놀라웠던 것은, 국회의원 본인이 그 단체 채팅방에 들어와 자문단(이라고는 하나 그냥 일반인일 뿐인) 사람들과 직접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귀담아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권위에 찬, 소위 말하는 고개 빳빳한 국회의원의 모습은 없었다.


 이 자문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자연스레 이 국회의원에 대해 많이 알게 됐는데, 알면 알수록 이 사람은 우리나라 정치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위의 여당 대권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무소속으로 나와도 보수 표밭에선 당선이 될 정도로 보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5선 의원은 물론, 본인 당의 당대표까지 거침없이 비판하는 모습에서,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참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국회의원은 국민의 힘 소속 서초구 윤희숙 의원으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그 기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하는가 싶더니 부동산 문제에 연루되면서 대권 경선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은, 근래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의혹은 차치하고, 나는 이 국회의원의 정치인으로서의 태도를 보고 또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신이 뱉은 말과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일반인으로 돌아가 조사를 받고 책임질 것은 온전히 책임을 지겠다는 기개와,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곧바로 실천하는 절개에서 —정말 오랜만에— 본받을 만한 어른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갖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우리는 보아왔다.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소리 소문 없이 유야무야 책임에서 도망쳐왔는지를.


 사실 관계를 떠나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치인의 숙명에서 이토록 떳떳하게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그 언제 또 보았는가 싶다.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기에, 대권 주자일 때 지지율이 고작 2% 남짓한, 정치 경력이 1년이 조금 넘은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떳떳하지 못한 어떤 이들은 이 의원을 정치적으로 몰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국민의 힘은, 국민은, 더욱 이런 태도를 갖춘 정치인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권으로 책임에서 자유롭고, 지킬 생각도 없는 말이 전부인 정치가 아닌, 권위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모습과 태도를 갖춘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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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고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변화를 간절히 열망하며 투쟁했던 젊은이들이 다음 세대 젊은이들을 보수화시켰으니 말이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오,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혈기왕성하고 잃을 것 없는 청년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현실에 맞춰진 지킬 것 많은 중장년들은 변화를 꺼리는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그 반대의 형상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뇌가 없는 40대가 20대의 심장을 앗아가는 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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