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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Jan 16. 2024

작은 산, 작은 성취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뿌듯함

일을 하다 보면 막막해지는 때가 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고, 이전에 성공적으로 해냈던 일도 어떻게 가능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떤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한발 한발 내딛으며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졌던 일들을 되짚어보면서 자신감을 되찾기는 커녕 그땐 그게 어떻게 가능했었는지 아득해지고 막연해진다. 


그럴 땐 근처 산으로 향한다.  요즘에는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이 내 단골 산이다. 생각을 비우고 정리한다기 보다는 비슷한 생각들을 계속 되뇌면서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다. 또렷한 결론은 나지 않는다. 산을 오르며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산행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가지고 올라온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신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내려가면서 올라올 때 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관심을 두어본다. 하산 후엔 늘 그렇듯이 산 아래 있는 식당에서 만두국을 한 그릇 해치운다. 땀을 쭉 빼서 기분은 상쾌하고 속은 든든하고 뜨끈하다. 쑥차까지 한잔 마셔주면 자연인이 된 기분이다.


자신이 없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땐 작은 산으로 간다. 가까운 산을 오르고 얻은 작은 성취감을 밑천으로 일상에서 내가 해치워야 할 일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늘 새롭고 늘 두렵지만 언제나처럼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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