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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람 윤 Nov 05. 2023

숨 쉴 구멍

월간러닝기록#3

9월의 러닝 일지를 되짚어 보려고 한다.

한달의 반 이상은 달렸고, 다양한 장소에서도 뛰었다. 여러가지 일정으로 바쁜 한 달이었지만, 달리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숨 쉴 구멍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간단한 러닝을 즐기며, 동시에 러닝 일지를 작성하는 습관을 가져보기로 했다. 나의 솔직한 생각을 기록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이것만으로도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록을 통해,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는 것이 내게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러닝을 통해 일상에서 쌓이는 작은 성취의 경험을 매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 여름의 날씨가 점차 가을로 바뀌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며,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중요한 습관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카페인과 불안함의 관계> ☁️ (28도)

요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카페인에 대한 반응이 느껴지는 것. 그래도 갑자기 끊을 수는 없으니 하루의 첫 번째 커피는 마시고 그 이후는 차로 대체하려고 노력 중이다. 주말 내내 고향집에서 지내다 왔다. 집에만 가면 노곤해지고 편안해진다. 잠에 들 무렵의 풀 벌레 소리, 쏟아질듯 가득한 밤 하늘의 별빛, 작은 몸을 빛내는 반딧불이까지. 본가에 조금 더 자주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베큐도 해먹고, 별을 제대로 구경하고, 농사일을 돕고, 멍멍이 산책도 시키고, 운전도 슬슬 하고, 일도 하면서 말이다.

<크록스> ☁️ (23도)

LUCY의 Jogging을 들었다. 장난스러운 멜로디에 진솔한 메시지가 좋았다. 오늘 나의 BGM으로 정했다! 오늘 공원 초입부에 난간에 올려져 있는 앙증맞은 크록스 한짝을 발견했다. 어제 산책을 하던 아이가 신데렐라처럼 벗겨진 신발을 남겨두고 간 것. 아직 어려서 말을 못했거나, 잠들었거나 급하게 가던 도중이었겠지. 집에 돌아갔을 때 남아 있는 한짝을 발견하고 허탈한듯 웃을 가족들. 마음 좋은 사람은 바닥에 떨어진 신발을 화단에 잘 보이라고 올려두었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러닝하면 좋은 것> ☁️ (23도)

말로만 긍정적으로 살자고 다짐했을 때는 마음대로 따라와주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침 러닝을 하고 나니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하여 뛰고 싶도록 만든다.

#무라카미하루키 의 #내가달리기를말할때하고싶은이야기 를 읽고 있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어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점도 느낀다.

<속도에 대하여> ☀️22도

수요일이라 조금 피로가 쌓였나보다. 아침에 꾸물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날도 선선해졌겠다. 오늘은 바람막이를 입고 달려볼까. 달리다보니 몸이 데워지고 바람을 막아주니 땀으로 축축하다. 아직은 아니로군. 초가을의 힙스터들은 가죽 재킷도 벌써 시작했던데. 꾸준히 달리면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는게 느껴진다. 그런데 쉬었다가 오면 또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고수가 되려면 성실하게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작은 목표를 실행하자. 

<매일 달릴 수 있는 힘> ☀️ 20도

달리기 진행 횟수를 노션에 적어두고 트래킹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이력을 보고 흥미로운 결과를 만났다. 8월부터 시작한 러닝 리추얼 이후에 횟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 의식적으로 러닝을 하고 글쓰기를 하는 것이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동기부여가 되고 함께하는 분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서로 으쌰으쌰하는 맛이 좋은 것이다.

날씨가 점점 선선해진다. 완연한 가을의 느낌이다. 하늘이 높고 청명하다. 가을에 태어난 나는 이 계절이 주는 것들이 제일 좋다.

<주말부터의 일정. 이런저런 스쳐가는 생각들> 17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해보지 않은 업무가 주어졌을 때의 저항감이 있다. 그 긴장감이 내 표정으로 드러나나보다. 모든 것에는 배울점이 있고 경험의 중요성을 믿는다. 그러나 나의 기본 마음 가짐은 안정적이고 변화하기 싫어하는 마음인지라 거부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러한 내 마음을 우연한 계기로 회사 이사님과 상담을 했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게 당연하다고.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해주셨다. 이사님도 그런 시기를 거쳤고 20년 넘데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무엇을 해도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변화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두고 열려있는 마음,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어 하던 때, 나를 지켜봐주던 이사님이다. 그때의 인고의 시간이 있었고 그 결과가 모두 다 긍정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주말 아침의 러닝> 22도 (8시)

주말 아침의 공원 풍경이 좋다. 모두 검정색이거나 형형색색 러닝복을 갖추고 빠르게 나를 스쳐가는 러닝크루들. 아기와 아침 산책을 하는 젊은 부부들. 아침부터 공원을 지켜주시는 어르신들. 강아지와 설렁설렁 러닝하는 가족들까지! 조금 더 시간에 지나면 아침을 먹고 나온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 공연을 기다리는 설렌 표정의 팬들까지 볼 수 있다.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나는 내 속도로 나의 목표인 공원 한바퀴를 돈다. 찌뿌둥했던 몸도 풀리는 기분인걸. 집에가서 샤워까지 해주면 완벽한 마무리!

<새로운 곳에서 러닝을 한다는 것> 23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를 움직이는 연료는 커피였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는 수준.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나서 부터는 ‘달리기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라고 느낀다. 찌뿌둥한 몸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방법이니까. 오늘은 인천에 와 있다. 오늘은 동생 결혼식 날이고 저녁엔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난다. 전날인 어제 나와 친구들은 인천으로 왔다.어제 자기 전 ‘내일도 러닝을 할거야!’라며 호언장담을 하고 잤다. 아침에 몸이 무겁고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결국 나왔다. 잘했어!

<싱가포르에서 워크샵 생각> 27도


여행지에서 러닝은 이 곳을 내 페이스대로 거닐 수 있다는 점. 예전 사무실이 있던 클럽 스트리트도 지나고 큰 건물 뒤편에 낮은 건물들이 각자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생각보다 러닝 시간이 길어졌는데 신호등을 기다리고, 조금 걷다가, 내키면 뛰다가 하는 방식이어서 그랬다. 그런데 이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만들어 가는 거니까.


아무래도 나오길 잘했다 싶다.


<싱가포르에서 길을 잃다> 28도


오늘은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일정. 아침에 조금 시간을 내어 수영을 할까 달리기를 할까 하다가 마음이 더 끌리는 러닝으로 선택했다. 간단하게만 뛰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길을 잃었다. F1 경기를 앞두고 트랙 주변으로 길을 막아두어 빙 둘러가야 했다. 그래도 일출을 볼 수 있었고 출장의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오늘 하루 종일 비행기를 타야 하니 움직이는 건 지금뿐이지 싶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카야토스트를 먹으러 갔다. 너무 맛있어!

<길을 잃지 않는 다는 것> 22도 (흐림)


출장 이후의 여독으로 몸이 피곤했나보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뛰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신기하다. 싱가포르에서 계속 길을 잃었다. 의도치 않게 발견한 풍경들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여행은 길 잃을 자유와 우연의 연속을 즐기는 과정이다. 

익숙한 동네로 돌아왔다. 길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는 곳. 안경은 집에 고이 두고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러닝길에 나섰다. 비가 오고나서 한층 더 선선한 날씨가 나를 반긴다.

<우중 러닝> 20도 (비)

조금만 더 잘까, 생각하다가 어제 잠들기 전 본 문구가 떠올랐다. 수면이 부족하면 아프고 살찌고 멍하고 늙는다. 자극적이지만 인상적인 문구가 머리에 쏙 떠오르면서 일단 나가보자. 주초에는 아침 일찍 예정되어 있는 교육으로 일단 러닝을 멈췄다. 지금 생각해보면 멈추지 말고 뛸 걸 그랬다. 그래도 오늘 나왔으니 잘했다. 조금 뛰다보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귀에 흐르는 루시의 노래도 좋고 조금씩 내리는 비도 시원하고 좋았다. 일단 나온 것에 칭찬해주고 싶은 날 ☔️

<귀여움은 모든 것을 이긴다> 21도


하늘이 아름다운 날.

오랜만의 쾌청한 날씨다. 아침에 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퇴근 이후로 미뤘다. 조카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다. 이모랑 놀고 싶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고 했다. 전화와 달리기 동시에 할 수 없다고 조카에게 말했더니 당연히 ‘전화 해야지‘라고 말한다. 귀여운 녀석.

설렁설렁 가볍게 슬쩍 뛰었다. 오늘도 뛸 수 있는 마음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무빙> 14도 


14도라니, 선선한 날씨가 스친다. 가을 옷을 슬슬 꺼내야겠다. 이틀 연속 야근으로 피로가 쌓였다. 어제는 보상삼아 일찍 잠에 들었다. 조금 피로를 회복했다.

선선한 날씨와 선명한 풍경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주말에 시작하는 공원 행사 준비로 평화의 문 근처는 바쁘다. 재미있을 것 같다. 주말에 잠깐 들러봐야지.

<주말의 공원 풍경이 좋아> 17도


주말의 공원 풍경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선 사람들

축제 준비를 위해 미리 나온 스태프들

철새의 이동처럼 속도를 맞춰 달리는 러닝크루들

아이와 가족과 산책하는 사람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그 사이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나


<여러가지 현실에 대한 생각> 17도

시골의 아침은 더 한적하다. 사람 마주할 일 없는 너른 벌판에서 운 좋게 동네 어르신을 만나 인사를 건내 드렸다.

벼가 익어가는 풍경 사이로 설렁설렁 달렸다.

이 곳에서 19년 동안 살았는데도 러닝을 했던 기억은 없기에 새로웠다. 장소가 바뀌면 새로운 자극들과 생각들이 따라온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자주 떠나기 어렵다면 매일 가는 길을 조금씩 달리하여 새로움을 확장해나갈 수 있겠다. 본가에는 열흘동안 머무르려고 한다. 일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9월 총 러닝 횟수: 16회

9월 러닝 장소: 올림픽공원, 인천, 싱가포르, 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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