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하루가 다르게 더워졌다. 봄은 온데간데 없고 금방 여름이 와버린 것만 같았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이 타고 늘어지던 어느날, 두털이는 평소보다 큰 막걸리를 가져왔다. 람지에게 제일 큰 잔을 꺼내달라고 하더니 막걸리를 가득 채웠다. 더위에 지친 친구들은 큰 잔에 가득찬 막걸리를 시원한 샘물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갈증이 사라지고 몸이 노곤해졌다. 두 잔이고 세 잔이고 자꾸 마시게 되어 큰 막걸리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 막걸리는 여름날 수박 같은 막걸리야. 아주 더운 날에는 수박 말고 이 막걸리를 마시면 돼. 큭큭”
“와, 더위가 싹 가신다. 진짜 수박 저리 가라다.”
“집에 세 개쯤 필수로 갖고있어야겠는 걸?”
“단 맛이 강하지 않아서 계속 마시게 돼.”
“몸 많이 쓴 날 땀 많이 흘린 날, 벌컥벌컥 마시는 거지!”
“개운하고 깔끔해.”
깔깔 람지네 집에 왁자지껄 웃음이 가득찼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굉음이 울렸다.
왜애애애앵 - 쿵! 다다다다다다 - 쿵!
땅이 울리고 집안 물건들이 겁에 질린 것처럼 덜덜 흔들렸다.
깜짝 놀란 람지가 후다닥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숲에 포크레인이며 커다란 트럭이 들어와 있었다. 커다란 기계를 들고온 사람들이 나무를 베고 땅을 파고 있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용히 해도 미미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미미미는 손사레를 치며 별말 없이 막걸리만 마셨다.
그날 모임은 금방 파할 수밖에 없었다. 숲이 걱정되어 모임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힘들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는 그로부터 몇날며칠 밤낮없이 이어졌다.
공사가 너무 커져서 다음 모임은 그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열흘만에 사람들은 이제 다다가 머물렀던 나무들을 거의 다 베어버렸다. 땅을 들어엎어 길을 내고 커다란 광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숲에 편히 찾아올 수 있도록 큰 주차장을 짓는다고 했다.
뽀구리가 즐겨 놀러가던 참나무숲 연못과 골짜기 연못, 마을입구 연못이 다 파헤쳐졌다. 다음은 뽀구리네 버드나무 연못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러고나면 이제 약수터 연못만이 남게 된다.
화들짝 놀란 친구들이 막걸리 모임 대신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대책이란 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람지는 두려움에 떨었다. 이상하고 무서웠다.
분명 날더러 귀엽다고 했는데, 개구리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좋아했는데… 연못을 다 파헤치면 개구리들이 살 곳이 없는데 그걸 설마 모르는 걸까? 나무들을 다 베어버리면 딱다구리는 어디다 집을 지으라는 말이지? 친구들이 모두 떠나면 나도 숲을 떠나야겠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우리들의 숲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