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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33. 달리고 싶다 2

2019. 2. 4. 

인도에서는 적선을 안 할 수 없다

라면 250루피를 생각하면 물 한 병 값인 10루피 20루피는 하찮게 느껴지고, 거리에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움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애써 시선을 회피하면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주머니로 손이 간다. 

걸인에게 적선을 하면 상대에게 좋은 일 할 기회를 준 것이기에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적선은 내 마음이 조금 편하자고 하는 행동이다. 푼돈을 주고 커다란 기대를 바라는 것은 매우 거만한 행동이다. 줬으면 그만이지 엎드려 절이라도 받고 싶은 것인가. 물론 처음에는 애처로운 표정을 짓다가 돈을 받은 후에는 휙 돌아서는 이도 있고, 아이를 안고 더 달라고 눈빛과 고갯짓을 하는 엄마도 봤지만, 단돈 10루피를 쥔 손을 몇 번이나 머리에 대고 축복하는 눈빛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 잭디시 사원(Jagdish Mandir)에서 만난 걸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잭디시 사원은 시티 팰리스 가는 길에서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는 비슈누 사원으로 우다이푸르 시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입구에 있는 두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에게 환영을 받으면서 사원에 들어가면 카주라호 사원과 라낙푸르 자이나교 사원이 합쳐진 듯한 경이로운 사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이나교 사원을 보는듯한 아름답게 조각된 기둥과 천장이 인상적인 내부에는 네 개의 팔을 갖고 있는 비슈누 신상이 있다. 밑에서 산 메리골드를 신상에 놓아두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들은 오늘도 비슈누 앞에서 고요하고 평온하게 예배를 보고 있다. 맞은편에는 비슈누가 타는 바하나(Vahana)인 반인간과 반독수리의 모습을 한 가루다(Garuda)가 비슈누의 문간을 지키고 있다.      


여행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6시간의 승마 트래킹

오늘도 다시 프라탑 컨츄리(Pratop Country Inn) 승마장을 찾아 6시간 트래킹을 신청했다. 어제와 같이 Gudda Khan이 나의 안내인이고, 나를 태워주는 말은 히세노이(Hisenoi)이다. 승마를 연상하면 대부분 채찍을 휘둘러가며 초원을 질주하는 장면을 떠오르겠지만, 진짜 승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을 여행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갓 초보 딱지를 뗀 나로서는 무한정 달려보고 싶은 욕심에 500루피의 팁을 Gudda Khan에게 주면서 가급적 자주 달려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월급이 만 루피인 그에게는 하루 일당보다도 큰돈이라 나의 욕심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말을 사랑하는 그는 낯선 방문자의 질주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목적지는 어제와 같이 조기 탈랍(Jogi talab) 호수이지만 가는 길은 좀 다르다. 건축을 위해 터를 닦아 놓은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날 때쯤에 300~400m 정도의 반듯하게 뻗은 비포장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박차를 가하고 질주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엉덩이를 들고 경마하듯이 달린다. 매우 빠르다. 이 정도의 속력을 예상한 것이 아니라 당황스럽다. 하지만 내가 달리고 싶다고 팁까지 쥐어주며 부탁했으니 침착하게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번 왕복하고 다른 길로 나서려고 하니 히세노이가 매우 흥분된 상태이다. 고삐를 움켜쥐고 제지를 해도 계속 달리려고 한다. 고삐를 더욱 당기니 앞발을 들고 나를 떨어뜨리려고 한다. 농장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한 번 뛰기 시작하면 지칠 때까지 뛰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이라 등에 탄 어수룩한 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어제도 떨어졌는데 또 떨어질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녀와 싸우면서 겨우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다소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승마의 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기 탈랍 호수를 가는 도중에도 시시 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달리기 좋은 길에서는 구드 칸을 추월하려고 했으나 구드 칸은 앞을 열지 않고 걷기만 한다. 팁을 충분히 줘서 내 뜻대로 협조할 줄 알았는데 원칙대로만 하는 그가 조금 야속하다. 

조기 탈랍 호수를 지나 어제처럼 시냇물이 흐르고 종려나무가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인위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인 곳이다. 구드 칸은 나에게 달려보라고 하지만 네 시간째 말 등에 있다 보니 힘이 나지 않는다. 두어 바퀴 도니 더 이상 앉아 있을 힘이 없다. 

아무도 없는 외딴섬 같은 오아시스에서 먹는 도시락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냥 맛있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길을 나선다. 젖과 꿀만 흐를 것 같은 낙원에서 어제처럼 우윳빛 시냇물이 흐르는 석회석 광산을 거치고 황량한 산길을 지나 농장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가라고 권유하지만 점심을 먹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사양하고 인도 청년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숙소로 왔다.     


최고의 선셋 뷰포인트, 암브라이 가트  Ambrai Ghat

늦은 오후 떨어지는 해를 천천히 맞이하러 암브라이 가트로 향했다. 워킹 브리지 앞에는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소년, 열쇠고리를 파는 닐만과 화가 마니스를 만났다. 특히 자신이 그린 조잡한 그림을 20루피에 파는 마니스의 표정은 매우 해맑다. 많이 팔리지는 않겠지만 아이의 장사 수완이 좋아 성장하면 크게 성공할 듯이 보인다. 어제 한 장을 사주었더니 오늘은 아는 체를 한다.   

우다이푸르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선셋 뷰포인트가 있다고 하지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암부라이 가트의 낙조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해가 지면 반대편의 시티 팰리스의 불빛과 피촐라 호수의 어우러짐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암부라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다이푸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었지만 어제 소니네 하우스에서 오늘 신선한 양고기 요리를 해 주겠다는 말이 생각나서 발을 돌렸다. 하지만 역시 양고기는 입에 맞지 않는다. 어제 맛있게 먹은 닭볶음탕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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