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팰리스 Jun 09. 2022

예쁜 배꼽을 만드는 방법

"언니 배꼽이 내 배꼽보다 더 예쁜 것 같아!"

"아니야. 네 것도 예뻐. 그런데 K는 배꼽이 없네. 왜 그렇게 된 거지?"  

"선생님! 여기 제 배꼽도 좀 봐주세요!"


실종된 배꼽 때문에 다급히 선생님을 찾고 내 배꼽이 더 예쁘네 아니네 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제과 수업을 하는 교실이고, 지금은 마들렌을 만드는 중이다. 마들렌은 보통 조개 모양의 앞면과 반대편에 볼록 나온 배꼽이 특징인데 반죽하는 방법이나 굽기에 따라서 배꼽이 볼록하게 잘 부풀기도 하고 평평하고 밋밋하게 나오기도 하니 여기저기에서 배꼽 모양을 비교하느라 교실 안이 난리법석인 것이다. 


사실 뒷면이 볼록하지 않아도 마들렌의 조개 모양 자체로도 충분히 예쁘고 매력적인 과자인데 예로부터 음식은 볼록하게 담아야 먹음직스럽다고 믿었던 우리 민족의 DNA탓 인지 밥은 고봉밥으로 볼록하게 담아내야 제대로 한 그릇을 담아낸 것 같고, 반찬도 그릇 높이에 넘치 듯 수북이 담아야 더 맛있어 보인다. 마들렌 역시 평평한 배꼽보다 잔뜩 부풀어 오른 볼록한 배꼽을 가진 그것이 우리 눈에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볼록한 마들렌 배꼽


마들렌이 구워지면서 한쪽이 배꼽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은 베이킹파우더의 영향도 있지만 반죽 속에 들어 있던 수분이 가열되면서 수증기로 변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늦게 익는 가운데로 그 수증기가 빠져나가면서 표면이 갈라지고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반죽 안에 한껏 가지고 있던 수증기를 잘 내보내야 예쁜 배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예쁜 배꼽을 가진 마들렌을 만드는 방법을 한번 알아보자.


우선 마들렌은 만드는 기본 재료부터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다른 품목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쉽다.


박력분 100g

설탕 100g

무염버터 100g

달걀 100g

베이킹파우더 2g

소금 0.5g

레몬 1개 


1. 달걀을 거품이 많이 나지 않도록 살살 풀어준다

2. 달걀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잘 녹여준 후 체친 가루 재료를 넣어 매끈하게 고루 섞어준다.  

3. 60도 정도로 녹인 버터를 나머지 반죽과 잘 섞어준다.   

4. 레몬은 껍질을 갈아서 제스트를 넣어준다. 

5. 잘 섞인 반죽을 냉장에서 1시간 휴지 한 후 마들렌 모양 틀에 80% 정도만 채워 180도 오븐에 12분 정도 굽는다. 




베이킹 과정을 눈으로만 보더라도 예쁜 조개 모양의 마들렌이 탄생하는 과정은 꽤 간단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본 반죽에 레몬을 빼고 말차 혹은 코코아 파우더 등을 더한다면 취향껏 다양한 변주도 가능하니 홈베이킹에 관심이 있는 베린이들에게 첫 품목으로 마들렌을 추천할만한 이유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 20여 개 제과기능사 시험 품목 중 마들렌이 가장 쉽지만 수험생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품목으로도 꼽히는 것이 이런 이유인데 공정이 쉬운만큼 기본적인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제품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달걀을 풀어줄 때 최대한 거품이 나지 않게 저어야 한다. 거품을 내듯이 힘차게 휘핑기를 돌렸다가는 기포가 많이 생겨 마들렌 표면에 구멍이 슝슝 뚫린 당황스러운 조개 모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버터를 녹여서 반죽에 섞는 온도를 지켜줘야 한다. 너무 차가우면 버터와 반죽이 잘 섞이지 않아 분리되어 버릴 수 있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베이킹파우더가 미리 반응하여 정작 오븐에서 구워질 때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수로 지켜야 할 과정이 냉장에서 1시간 정도의 휴지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반죽이 서로 잘 섞여 안정화를 높이기 위함인데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도 처음 만나 서먹했던 친구들이 진짜로 친해지는 시간은 다름 아닌 쉬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어색했던 친구들이 함께 부대끼고 한 반으로 비로소 융화되었듯 반죽도 서로 다른 성격의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니 휴지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끝으로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모양 틀에 80%만 채워서 적정 온도로 구워준다면 당신은 분명 예쁜 배꼽을 가진 마들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재료가 조금 모자라니 이건 좀 줄여서', '온도 하나쯤 잘 안 맞춰도 괜찮겠지'라며 공정 하나쯤은 그냥 대충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요령을 피우다가는 마들렌을 만들 때 여지없이 낭패를 본다. 비단 마들렌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학교, 일터 등 여러 사회에서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쉬운 듯 하지만 가장 어렵다. 이를 가벼이 여기고 무시했다가는 뉴스에서 보듯 아파트 한 채가 우르르 무너질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니 말이다. 또 그 어떤 첨가물을 넣는 것보다 과자 속 수증기를 잘 빼내야 예쁜 배꼽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좋은 결과를 위해 새것을 계속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때도 있으니 비단 베이킹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참말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은 예쁨의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