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하루에 3만 5천 번의 선택을 하고, 그중 70여 번의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눈 뜨고 무엇을 먼저 할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일터에서는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사안을 승인할지 거절할지, 언제 미팅을 할지 등등. 복잡한 일을 하거나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분이라면 의사 결정과 고민의 개수가 곱절로 늘 수도 있습니다.
의사 결정에도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만약 아침에 옷을 고르려 한참 고민했다면, 출근해서 또 뭔가를 결정하는 게 귀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처럼 의사 결정이 주업인 사람들은 단벌로 선택 에너지를 아끼기도 합니다. 의사 결정 연구자들은 일상의 작은 결정을 루틴으로 만들면 그 에너지를 더 중요한 결정에 쓸 수 있다고도 조언하죠.
연구에 따르면 의사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객관적으로 대안을 평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판단합니다. 또 과거의 결정을 성찰하고, 항상 윤리적 잣대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보통 사람들은 감정에 휘말려 주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성급하거나 너무 늦게 판단하죠. 과거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조바심을 갖고 성급하게 옷을 결정했는데, 나중에 보니 오늘 임원 보고 미팅에 들어가기에는 전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미팅을 몰랐다는 가짜 변명을 만들 수도 있죠. 그러한 의사 결정의 패턴은 일과 조직에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이 혼잡한 상태로 일하면 정보가 곧이곧대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의 말꼬투리만 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마음도 급해지니 부족한 정보만 갖고서 늘 하던 대로 결정하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자신의 결정이 늘 아쉽고 상황도 개선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사 결정은 좋은 인식 수준에서 시작합니다. 좋은 인식 수준이란 내가 현재 상황에 온전히 집중하고, 현재 이슈와 관련된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기회를 포함하여 넓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후안 움베르토 영 교수는 이를 '전략적 인식'으로 정의하고 인식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한 집중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 상태를 매 순간 알아차리고, 불안과 걱정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낮추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관을 알아차려야 하고, 의도적으로 강점과 기회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 인식의 향상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훈련과 오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수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신을 위해, 인식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간단한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 보고서 피드백 수준 정하기, 점심 메뉴 정하기 등등, 평소 내가 직장에서 반복해 내리는 의사 결정 중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하나 골라보고, 아래의 방법을 해봅시다.
1. 의사 결정에 앞서 지금 내 마음 상태 들여다보기
책상 앞에서 잠시 10초간 천천히 호흡하기
마음이 혼잡하거나, 부정적 감정이 가득찬 상태라면 나가서 걷고 오기
2. 다양한 관점으로 질문하며 해당 이슈 성찰하기
나는 평소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는가?
의사 결정에 있어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는가?
의사 결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가?
의사 결정과 관련해 내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가?
이 결정을 통해 어떤 기회를 만들거나 어딘가에 기여할 수 있는가?
3. 인식 수준을 넓힌 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 떠올려보기
혹시 극단적인 대안은 없는가?
혹시 대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은 없는가?
언제 대안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하는가?
위 내용은 전략적 인식 훈련 중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쉽게 풀어본 것입니다. 매 순간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나의 내면 상태부터 확인해보고, 더 많은 정보와 자원을 알아차리면서 더 나은 현실적인 선택지를 떠올리는 연습을 통해 의사 결정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 옷장을 열고, 마음을 챙기는 데에 5분만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하루의 업무도 그런 방식으로 시작해보면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알버트 카뮈가 말했 듯 말입니다. "Life is a sum of all our choices!"
Chief Happiness Officer
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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