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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룸컴퍼니 Jun 02. 2023

회복탄력성, 맞서거나 받아들이거나

지난 2년 동안 개인 간 연결 방식의 외국어 화상 과외를 받았습니다. 외국인 튜터가 워낙 성실해 시간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는데요. 지난달에는 수업이 2~3번 취소되더니 장문의 문자가 왔습니다. 자꾸 편두통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직장도 그만두고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30대 초반, 소위 갓생을 사는 친구라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튜터는 분 단위 계획을 세워가며 살 정도로 부지런합니다. 아침 일찍 조깅, 명상, 요가는 물론 부업으로 개인 영상 과외를 하고 유튜브도 찍고 오후에는 학원 선생님으로 일합니다. 그런데 튜터와 이야기하다 보니 의사 진단으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며, 우울증에 관해 정신과를 찾아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더 꼬리를 물고 가보니, 튜터는 자신의 직업이 전망이 없다는 암울한 생각이 반복되는데, 항상 행복한 엄마는 그의 우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가족 갈등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뇌종양과 편두통이라는 심각한 질병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죠. 


큰 질병을 진단받는 건 트라우마가 됩니다. 그래서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멘탈이 흔들리고 더 깊은 기분 장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 PTG**라는 외상 후 성장도 있습니다. 제 친구는 같은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지만 직장에 복귀했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꿈도 실현했습니다. 이렇게 예고 없이 오는 역경을 잘 회복하고 전보다 더 나아지는 경우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며, 요즘 마음 근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점점 일상 용어가 되고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가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고 있지는 않는데요. 몇 가지 학자들로부터 검증된 몇 가지 실습들은 삶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워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도 줄일 수 있습니다.


1. 엄마가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는 대체로 맞습니다 

가끔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들은 마음을 바꾸면 다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기에는 지나친 긍정이 도리어 화를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방할 수 있는 위험을 놓치거나, 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실제로 긍정정서 전문가인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정서와 부정정서 경험의 비율이 11:1을 넘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긍정정서의 비율이 높아야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긍정정서 경험 비율이 부정정서보다 3배 이상인 것이 좋습니다. 왜냐고요? 부정정서가 임팩트가 더 크기 때문이죠. 그러니 산책하기, 음악 감상하기, 친구와 대화하기 등등 기분 좋아지는 일상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면 좋습니다. 실제로 긍정정서는 부정정서로부터의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기에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삶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2. 우울감을 줄이는 건 감사일기로도 가능합니다

우울은 마치 늪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가는데, 이래저래 노력하다가 안 되면 무기력이 함께 올 수 있습니다. 혼자 헤어 나오기 힘들면 약이나 정서적 지지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잠시 괜찮아졌다 다시 내려가지 않도록 결국은 스스로 버티는 힘이 필요합니다. 마인드 노트에서 여러 번 소개했던 3 Good things, 즉 하루 중 좋은 것 3가지를 찾고 그 이유를 생각하는 감사일기 작성은 행복 활동으로 개발되긴 했지만 우울 증상 개선에도 6개월 이상 효과가 나타납니다. 매일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것을 찾는 마음 훈련을 통해, 부정의 늪에 빠졌을 때 나올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드는 것이죠.


3. 문제에 대항하거나 수용하여 스트레스를 낮추세요 

마음챙김 호흡이나 명상을 한다고 스트레스 원인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저 현재에 머무는 훈련을 하며 잠시 복잡한 마음을 멈추는 것이죠. 그러다 다시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기본적인 마음 작동법 중에는 투쟁-도피 반응(fight-flight response)이 있는데요. 급격한 스트레스 자극(예를 들면 야외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때)이 있으면 신체적으로 맞서 싸우거나 도망을 가야 하지만, 투쟁-도피 중 선택을 못 하는 상황에서는 스트레스가 급격히 오른다고 합니다. 

만약 직장 스트레스가 너무 높다면 이 상황은 아닌지 대입해보세요. 물론 일터, 상사와 어떻게 싸우고 도망가느냐 하겠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선택하자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즉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자극에 대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해결하거나(fight), 불가피한 상황을 대범하게 수용하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입니다(flight). 



회복탄력성은 역경에서 발휘하는 마음의 힘이지만, 중요한 건 이 힘을 평소에 얼마나 키우고 있었는지입니다. 만약 지금 역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순간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게 소소한 좋은 점을 의도적으로 찾고, 문제에 맞서거나 수용할지 선택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요즘이 괜찮다고 앞으로도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더 행복한 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마음 근육을 만들어야 역경이 올 때 회복탄력성의 힘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6월, 힘든 분들은 회복탄력성의 힘을 발휘해보길 바라고 모두에게 안정감 있는 한 달을 기원합니다.



Chief Happiness Officer

박정효



* PTSD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신체 증상들로 이루어진 증후군 

** PTG :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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