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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r 15. 2020

노동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다

워킹맘과 워킹하지 않는 맘은 있는가



 “아이고, 세 끼 차리는 게 일이다.”


 맞다. 이건 일이다. 다만 ‘워킹’은 아니다. 가사노동자인 엄마는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그들이 집을 나서면 설거지를 하고 청소와 빨래도 하고, 또 장을 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주고, 목욕을 시키고 또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해도 워킹맘이 될 수는 없다.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지 않으니까. 집안일은 그 흔한 경력 한 줄도, 자격증 한 장도 나오지 않는 부질없는 짓이다. 아마 집 안의 엄마들이 아주 더 열심히, 가열 차게 일을 해도 급여가 없기에 워킹맘이라 불릴 일은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노동을 존엄하다 가르쳤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그리고 나는 ‘노동의 가치는 동등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가치를 누가 재본 건지 궁금해했다. 왜냐하면 정작 그 말을 한 어른들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았으니까.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어떤 강사는 공부를 못하면 용접이나 배워서 해외로 나가라고 말했고, 아직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절 선물세트가 다르며(기분 좋으라고 주는 건데 쪼잔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고 있지만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못한 비공식적 일꾼들이 허다하다. 자기들이 이미 보수와 명예, 근무 환경으로 노동의 고하를 나눴는데 가치가 동등하다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이 사회에서는 하는 일이 급여를 정하기보단, 급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정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그 다수의 ‘누구나’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의 허들이 낮으므로 천한 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말이 씨알이나 먹힐까? 전혀, 전혀 아니다.


 노동의 가치는 하나도 동등하지 않다. 엄연히는 서로가 함부로 같다며 ‘평가’할 수 없다. 오늘 근무한 8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에 대한 노동의 가치란 급여가 매기는 것도, 사회가 매기는 것도 아니다. 제 노동의 가치는 자신만이 매길 수 있다. 사실 과거의 우리는 모두의 노동의 가치가 다르고, 애초에 정량적으로 가늠할 수 없기에 서로 비교할 수 없다고 배웠어야 했다. 그 누구도 함부로 당신의 노동을 저울질하게 하지 말라.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는 일해본 자가 판단할 문제이며, 서로 간 노동의 무게를 비교질 하는 고성능 무쓸모 저울은 나사 NASA에도 없다.


 나의 8시간과 너의 8시간은 다르다. 자기 일의 가치는 자신이 정하고, 아무도 타인의 일을 워킹이 아니라 말할 자격은 없다.






글쓴이의 말

직장에서 일하는 기혼남은 워킹대디라고 부를까요? 너무 당연하게 그냥 '직장인'이죠.

그렇다면 워킹'맘'은 이상한, 아주 이상한 표현이네요. 왜 맘의 노동은 분리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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