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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Jun 28. 2023

[공개 일기] 남이섬 사고_기록3

맑음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어. 회사일도 하면서 맑음이를 챙겨야 하니 하루하루가 참 바빴지. 아침 일찍 병원에 들러서 맑음이 아침을 먹인 뒤 출근하고, 점심때 외출해서 병원에 들러 맑음이 점심을 먹인 뒤 다시 회사에 복귀하고, 2시간 일찍 퇴근해서 병원에 들러 맑음이 저녁을 먹인 뒤 집으로 가는 일정이었어.(아고 바쁘다.) 남편은 밤에 맑음이 옆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나와 배턴 터치를 한 뒤 푸름이와 깨꿍이를 챙겼어.


다행이도 맑음이 몸은 빠르게 회복돼 갔어. 사고 후 사흘이 지나자 맑음이는 가슴과 골반, 손목 외에는 다 나은 것 같다며 좋아했어. 웃거나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가슴과 배가 너무 아프다며 힘들어했지만, 이제 혼자 천천히 걸을 수도 있게 됐지.


정형외과 원장님께서 친히 해 주시는 염증 치료가 거의 마무리되어 갔어. 이제 괴사된 조직은 까만 딱지처럼 입술에 달려 있었지. 이게 떨어지면 윗입술 가운데가 심하게 벌어진 모양새가 되는 거였어.


퇴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 입술이 괴사된 건 슬펐지만, 몸이 회복된 건 정말 다행이었어. 퇴원을 하루 앞두고 병원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늘 하루 1인실에서 맑음이를 편히 재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 마침 1인실이 비어서 맑음이 생각이 났대.


같은 병실에 입원한 할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티브이를 트시고, 전화기도 벨소리로 해 놓으시는 데다가 통화도 쩌렁쩌렁하게 하시는 바람에 맑음이가 제대로 쉴 수가 없었거든. 거기다 에어컨 바람 싫다며 에어컨도 못 틀게 하셨어. ㅜㅜ 긴팔 환자복에 깁스까지 한 맑음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간호사 선생님의 배려에 난 감동했어.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눈이 반짝였지. 1인실이면 맑음이 친구들이 방문해도 되겠다 싶었어. 사실 맑음이가 친구들을 많이 그리워했거든.


난 맑음이를 위해 맑음이 친구 엄마들에게 문자를 보냈어.

"맑음이 내일 퇴원하는데, 친구들 오늘 병원에 방문할 수 있으면 방문해도 좋아요."

이 한마디에 친구 엄마들과 친구들이 움직였지. 가까운 곳에 입원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들여다봤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엄마도 있었어.


맑음이를 많이 걱정해 주셨던 친구 엄마 두 분은 바로 시간을 내서 맑음이에게 다녀갔어. 그러고 학원을 마친 친구들이 하나둘 맑음이를 찾아왔지. 난 깨꿍이를 봐야 해서 저녁엔 집에 있어야 했기에 아픈 맑음이가 혼자 방문자를 맞이했어. 맑음이는 친구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지.


친구들이 다녀간 뒤 맑음이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했어. 친구들이 병원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했던 터라 친구들의 방문이 놀랍고 좋았나 봐. 오늘 하루 많이 우울했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


아무것도 사 오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친구들은 맑음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이것저것 사 왔어. 바나나우유, 포켓몬빵, 연양갱, 과일 등등. 아이들의 마음 참 예뻤어.

맑음이는 나중에 나으면 먹겠다며 냉동실에 넣어 달라고 하더라. 이런 생각을 하는 맑음이도 참 기특했어. '친구들은 내가 못 먹는 거 알면서 이런 걸 사 왔네?' 하는 비관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중에 다 나아서 먹어야지' 하는 희망적인 태도 말이야.


그래 맑음아~ 다 나아서 꼭 먹자!!



금요일 오후에 맑음이는 퇴원했어. 토요일에 정형외과에서 마지막 드레싱을 받고, 월요일 아침 일찍 예약한 성형외과에 방문했지.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 속으로 최악, 차악, 최고인 상황을 생각해 봤어.


최악) 여기서 못 한다. 다른 병원 알아봐라.

차악) 오늘 못 한다. 되는 날로 일정을 잡아 보자.

최고) 바로 봉합하자.


'최고' 상황이기를 바라며 진료실에 들어갔어. 원장님은 맑음이의 입술 상태를 보더니 괴사된 건 안타깝지만 괴사 후 관리를 아주 잘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러고는 가능한 수술 3가지를 말씀해 주셨어.


그냥 봉합하는 방법. 이 방법은 봉합 후 괴사된 부분이 함몰돼 보일 수 있고, 입술이 틀어질 수 있다고 했어.


조직을 이식해서 봉합하는 방법. 이건 인중 쪽에 있는 조직을 잘라서 괴사된 입술 부위에 이식한 후 봉합하는 방법인데, 서로 조직이 달라서 봉합 후 조직이 딱딱해질 수 있다고 하셨어. 이 부분은 추후 레이저 치료를 받으며 풀어 주면 되는데, 이것 또한 흉터는 남는다고 하셨어.


현미경 수술. 이 수술이 가장 예후가 좋은 방법인데, 이 수술은 대학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만 한다고 하셨어. 치과 치료를 Y대에서 받고 있으니, Y대 성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아본 후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


선생님께서 진료 의뢰서를 써 주셔서 우린 바로 Y대 병원으로 출발했어. 진료 예약을 잡기 위해 Y대 병원에 전화를 걸었는데, 상담원은 오늘 성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기 힘드니 다른 날로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하더라. 당장 하루가 급한데 말이야.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물으니 응급실로 가라고 하더라.


맑음이와 난 바로 Y대 응급실로 향했어.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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