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덜, 돈, 동전, 동지, 디딤돌
[더]
오늘도 여러 번 말했다.
한 숟가락만 '더'
아이 밥을 먹일 때면 난 욕심꾸러기가 된다.
아이가 한 숟가락만 '더' 먹어 주면 왜케 뿌듯한 걸까?
[덜]
'덜' 사자, 마음 먹지만 실행하기가 어렵다.
'더' 있으면 편해지는데 굳이 '덜' 살 이유가 있을까 싶어지곤 한다.
세제를 '덜' 쓰려고 섬유유연제를 안 쓰며 오랜 세월 버텼는데 이제 그게 불가능해졌다.
사춘기 아이들의 땀냄새가 성인보다 지독하다는 걸 이제 알았다.
사춘기 아이들은 옷에서 향기가 나길 바랐다.
난 괜찮은데 아이들이 괜찮지 않았다.
어제 바로 8.5리터 대형 섬유유연제를 주문했다.
'덜'이 힘들어진 세상이다.
[돈]
남편에게 돈 이야기를 할 때면 난 작아진다.
'생활비가 모자라'
이 말 하기가 왜케 어려운지...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
남편은 '아껴써'라고 말해며 돈을 보내 준다.
내가 아껴쓰지 않아서 생활비가 모자란 게 아닌데...
이번 달엔 들어갈 데가 많아서 그런 건데...
나 먹고 싶은 거, 나 입고 싶은 거 산 것도 아니란 말이야.
남편은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는 사야지 한다.
그럴 수 있을까?
[동전]
부산이 고향인 50대 선배가 말했다.
돈이 없을 땐 바닷가에 갔다고.
바닷가를 거닐며 동전을 주우면 차비에다 밥값까지 나왔다고.
당시에는 바닷가에 동전이 정말 많이 떨어져 있었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지금도 바닷가에 동전이 많이 떨어져 있을까?
요즘은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렇지 않겠지?
[동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동짓날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내고 싶었다는 황진이의 마음이 격하게 이해될 때가 있다.
아이가 생각보다 일찍 잠든 날
갑자기 시간이 생길 때
이런 시간을 모아놨다가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디딤돌]
깨꿍이가 2살 때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가
공원 연못에 놓인 디딤돌을 건너는 걸 좋아했다.
건너는 게 아니라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디딤돌을 건널 때면 아이는 내 손에 매달렸다 착지를 했다.
그러다
착지를 잘못해서
지저분한 연못물에 빠졌다.
화장실에 가서 바지와 신발을 벗긴 뒤 기저귀를 갈았다.
더운 날이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는 기저귀만 찬 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