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아직, 아침, 애, 어이없다
[아기]
예쁘지 않은 아기는 없다.
졸려서 눈을 깜빡깜빡하는 모습도
감은 눈이 실처럼 보이는 모습도
스스럼없이 하품하고 방귀 뀌고 트림하는 모습도
나비잠 자는 모습도
자기 팔에 놀라는 모습도
터질 듯 살이 차오른 모습도
다 예쁘다.
그중에서도 콩알만 한 발뒤꿈치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아직]
애타는 기다림이 느껴진다.
아직 오지 않아서
아직 되지 않아서
아직 끝나지 않아서
아직 마무리가 안 돼서
아직 고민 중이어서
기다려야 한다.
“엄마 다 됐어요?”
“아직.”
이제부터 이 말을 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
[아침]
저녁에 싸웠더라도 아침엔 웃어야지.
그러려고 노력하는데, 내 머리와 가슴은 저녁때의 감정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애]
애의 반대는 어른일까?
이 둘이 합쳐진 말이 있다.
‘애어른’
신기하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
어른 같은 아이는 슬프고 아이 같은 어른은 답답하다.
[어이없다]
-목말라서 물을 마셨는데, 왜 엄마가 먼저 마셨냐며 우는 깨꿍이를 볼 때.
-열심히 돈 모아서 자동차를 바꾸겠다는 남편을 볼 때
-수영장에서 수영한 뒤 씻고 나왔는데, 수건이 안 보일 때.(드라이어로 말렸음)
-선물받은 컵을 닦았는데,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에 턱 떨어지며 손잡이가 분리됐을 때.
-울 엄마는 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할 때면 ‘얼척없다’라고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