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월 Sep 09. 2023

[나만의 가나다]

아기, 아직, 아침, 애, 어이없다

[아기]

예쁘지 않은 아기는 없다.

졸려서 눈을 깜빡깜빡하는 모습도

감은 눈이 실처럼 보이는 모습도

스스럼없이 하품하고 방귀 뀌고 트림하는 모습도

나비잠 자는 모습도

자기 팔에 놀라는 모습도

터질 듯 살이 차오른 모습도

다 예쁘다.

그중에서도 콩알만 한 발뒤꿈치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아직]

애타는 기다림이 느껴진다.

아직 오지 않아서

아직 되지 않아서

아직 끝나지 않아서

아직 마무리가 안 돼서

아직 고민 중이어서

기다려야 한다.

“엄마 다 됐어요?”

“아직.”

이제부터 이 말을 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


[아침]

저녁에 싸웠더라도 아침엔 웃어야지.

그러려고 노력하는데, 내 머리와 가슴은 저녁때의 감정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애]

애의 반대는 어른일까?

이 둘이 합쳐진 말이 있다.

‘애어른’

신기하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어른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어른.

어른 같은 아이는 슬프고 아이 같은 어른은 답답하다.


[어이없다]

-목말라서 물을 마셨는데, 왜 엄마가 먼저 마셨냐며 우는 깨꿍이를 볼 때.

-열심히 돈 모아서 자동차를 바꾸겠다는 남편을 볼 때

-수영장에서 수영한 뒤 씻고 나왔는데, 수건이 안 보일 때.(드라이어로 말렸음)

-선물받은 컵을 닦았는데,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에 턱 떨어지며 손잡이가 분리됐을 때.

-울 엄마는 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할 때면 ‘얼척없다’라고 했었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가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