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일, 엄마가 돌아가신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세상은 온통 기분 나쁜 까만 연기로 가득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장례식이 끝나고는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무거운 마음을 '세줄 일기'로 소리 없이 적어 내려 가며, 마음으로 눈물을 쏟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6개월을 하얀 종이 위에 세줄로 적어 내려가며 천천히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나의 아픔과 상처의 시간들을 남겨본다.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눈을 뜨는 기분,
출근길 느껴지는 공기가 낯설다.
무거운 차분함 속 커다란 지구에 혼자 서 있는 기분.
2018년 11월 29일 차가운 출근길에서
가족관계 증명서, 엄마 이름 옆에 쓰여 있는 단어
'사망', 아직도 이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서 길을 잃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현실임을 일깨워준다.
2018년 11월 29일 공허한 퇴근길에서
새하얀 종이 위 시끄럽게 꼬여있는 낙서처럼
엄마에게 고마운 일, 미안한 일, 후회스러운 일들이
머릿속에 엉켜있다. 무슨 소용이랴
2018년 11월 30일 시끄러운 출근길에서
엄마의 숨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봤을 때도,
납골당에서 부서진 엄마를 마주했을 때도 몰랐다.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아직까지도...
2018년 11월 30일 세상에서 고립된 퇴근길에서
오랜만에 안방 불을 환하게 키고,
주말 저녁이면 함께 즐겨보던 드라마를 틀어놓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렇게 하루를 보내본다.
2018년 12월 1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방에서
일요일 이른 오후, 배가 고파 빵을 우걱우걱 먹고,
속이 답답해서는 여느 때와 같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했다. 나는 아직도 그 세상 속에 살고 있다.
2018년 12월 2일 평범한 일상 같은 주말에서
오늘 같이 이렇게 귀가가 늦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기가 울렸었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제발 전화기가 울렸으면 좋겠다.
2018년 12월 3일 엄마 잔소리가 그리운 귀갓길에서
나는 매일 회사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엄마에게 전화 걸어, "나 이제 퇴근해." 말했었다.
오늘도 버릇처럼 자꾸 전화기를 만지작거린다.
2018년 12월 3일 습관이 무서운 퇴근길에서
인간관계가 힘들 때면, 나에겐 엄마가 있으니
이 세상 모두가 날 외면해도 괜찮다 생각했다.
내가 너무 엄마를 의지해서 혼내주고 있나 보다.
2018년 12월 3일 세상 속 완벽한 외로움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눈이 떠지자마자 공허한 공기가 감싼다.
그러곤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아쉬움이라도 덜하게 차라리
병간호로 지치게 만들고 떠나지.
2018년 12월 4일 같은 일상, 같은 생각 속에서
하늘이 내가 너무 미웠나 보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를 빼앗아가는
초강수를 두었다.
2018년 12월 4일 하늘이 원망스러운 날에서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지혜롭고 아름다운 사람... 주위에
빛을 밝혀주는 사람, 딱 한 번만이라도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2018년 12월 4일 엄마의 울타리가 그리운 날에서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내 방 침대에는 전기장판이
올려졌다. 그리곤 내 퇴근시간에 맞춰 따뜻하게 켜진다.
오늘도 찬 침대가 엄마의 부재를 알려준다.
2018년 12월 5일 차가운 침대 속에서
슬픔이 참 파도 같다. 주체할 수 없이 확 밀려왔다가, 더 이상
오지 못하게 꾹꾹 누르려 하다 더 크게 다시 밀려온다. 오늘도큰 파도가 밀려왔다.
2018년 12월 10일 후회만 가득한 날에서
오늘도 출근을 하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퇴근을 한다.
변함없는 똑같은 일상인 것 같이 나를 속이려고 하지만,
나는전과는 다른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
2018년 12월 11일 엄마가 없는 세상 속에서
아침부터 새하얗게 눈이 내렸다. 출근길에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었구나. 엄마없는 첫겨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2018년 12월 13일 계절이 바뀌듯 내 인생도... 에서
엄마 없는 세상은 건조한 사막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르겠고, 따뜻한 손길이
어디에도 없고, 두리번대기만 할 뿐이다.
2018년 12월 15일 건조한 막막한 세상에서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옆자리에 세 모녀가 앉아
아무렇지 않게 팝콘을 먹는다.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그리운 일인 줄도 모른 채.
2018년 12월 15일 평범한 일상이란 없다... 에서
엄마 나이 때 아줌마들의 뒷모습만 봐도 눈물이 흘러, '우리
엄마도 살아있으면 지금쯤 추우니까 따뜻한 패딩 잠바
꺼내 입고 다니겠지...'
2018년 12월 17일 간절히 바라보지만... 에서
엄마 49제가 지나고 밀려오는 참을 수 없는 공허함과 슬픔...
온 세상 잿빛 속에 홀로 서 있는 듯...
나는 이제 무슨 힘으로 살아가야 하나...
2018년 12월 20일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느낌에서
아무리 기운을 내보려고 해도, 억지로 웃어봐도, 이 어색한
어두운 기운이 떨쳐지지 않는다. 이게 나를 삼켜버리까
두렵다. 견디기가 힘들다.
2018년 12월 20일 무거운 무서운 공기 속에서
엄마와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러다 멈춰 선
순간, 여행에서 돌아온 날 엄마가 안방에 서서 말했다.
'내가너무 보고 싶었다고...'
2018년 12월 20일 아무것도 몰랐던 그 순간에서
엄마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보려고, 가슴에 안고 가보려고도
해본다. 하지만 결국 오늘도 사무치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언제쯤 마음의 준비가 될까...
2018년 12월 24일 아직도 꿈속에서
크리스마스이브, 이 날이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옆에서 누워 수다 떠는 거...
그거면 되는데... 이제 가장 그리운 일이다.
2018년 12월 24일 엄마 없는 첫 크리스마스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납골당에 있네, 우두커니 혼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사연은 뭘까... '어차피 죽은 거, 납골당이 무슨
소용이야'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2018년 12월 26일 그거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서
아직도 엄마 생각에, 엄마 사진 한에도, 코 끝이 찡해온다.
꾹꾹 눌어 보아도, 좋은 생각만 하려 해도, 억울하고 공허한
마음뿐이다.
2018년 12월 26일 하루하루 힘겨운 날에서
엄마의 생일, 상 위에 사진을 놓으며 울컥했다. '엄마가 왜
거기에 그러고 있는 거야...' 같이 둘러앉아 있어야 할 엄마가
사진 속에만 있다.
2018년 12월 27일 엄마의 생일날에서
금요일 4시 퇴근, 언니 대신 조카를 데리러 간다. 엄마가
있었으면, 아이들이 이모가 오는 걸 좋아한다며 미소 지으며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있었을 텐데...
2018년 12월 28일 엄마의 미소가 그리운 날에서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2018년이 빨리
지나가버렸음 하다가도, 엄마가 더 멀리 떠나가버리는 것
같이 두려운 마음이다. 새해... 복잡하다.
2018년 12월 29일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에서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엄마에 대한 생각의 꼬리를
잘라본다. 꼬리가 길어지면 걷잡을 수 없어지기 때문에, 오늘하루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