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자니?

괜찮아지고 있는 줄 알았다. 무너져내리는 요즘이다.

by 평생사춘기

노곤한 기분에 퇴근하고 일찍부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문득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빼꼼히 열고는, "우리 딸, 자나?" 언제나 귀여운 미소와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살을 부비는 것을 좋아했던 친구 같았던 우리 엄마, 그렇게 방 문을 쳐다봤다. 깜깜한 어둠 속 굳게 닫혀있었다.


갑작스레 눈물이 쏟아지는 날이 줄어들었다. 가슴이 턱턱 막혀 쓸어내리는 날이 줄어들었다.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나 보다. 슬픔과 그리움이 더 깊이 가라앉고 있었나 보다. 불쑥 올라온 엄마의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러내렸다. 공항 철도 지하철 한켠에 기대어 서서 누가 볼까, 눈물을 훔치며 글을 쓴다.




"엄마, 요즘 너무 보고 싶어. 퇴근하고 건조한 햇반이랑 계란 프라이를 먹으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시끄럽게 티비를 봐. 그래도 자꾸 같이 생선을 구워 먹으며 드라마를 보던 그때가 무척이나 그리워."


"엄마, 회사 때매 마음이 고생스러워도 엄마가 들어주고 같이 욕해주면 그거로 풀렸는데, 이제 꾹꾹 담아두고만 있어. 투정부리고 땡깡도 피고 싶은데,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모르겠는데, 편히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많이 많이 보고 싶어."


"엄마, 나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래. 엄마는 언제나 내가 하는 건 뭐든 응원해줬는데, 까짓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었는데, 얼굴 쓰다듬어주던 엄마 모습과 손길이 자꾸 생각나. 한번만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그럼 힘이 날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참 잘 참아왔는데, 요즘 다시 무너져 내린다. '괜찮다' 수없이 말해본다. 2020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다짐했었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리운 이 마음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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