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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20. 2024

빨강캥거루

그림책 감성큐레이터 1급 과정이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에 <모험과 상상>이라는 주제로 그림책을 봤다.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그림책 말고도 나만의 모험과 상상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선별해 보았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빨강캥거루>라는 그림책이다.


빨강캥거루는 제목처럼 캥거루인데 털 색깔이 하얀 털의 캥거루들과는 다른 빨간색인 캥거루다. 혼자 빨간 털이라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었다. 이 대목도 왠지 하얀 캥거루는 백인을 말하고, 빨강캥거루는 소외받는 다른 유색인종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인종차별과도 관련이 있어 보여 마음이 안 좋았었다. 이 빨강캥거루는 어느 날 지나가다가 보인 큰 덤불이 궁금해서 폴짝폴짝 뛰어갔다. 큰 덤불인 줄 알았던 건 가까이에서 보니 고슴도치였고, 무서웠던 빨강캥거루는 부리나케 엄마캥거루에게 달려와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캥거루는 빨강캥거루에게 안전기지였던 셈이었고, 무서우면 엄마캥거루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캥거루를 소재로 하고, 엄마캥거루의 주머니가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주머니밖으로 폴짝>이라는 그림책도 떠올랐다.


빨강캥거루는 또다시 폴짝폴짝 높이 뛰었다. 그러고는 잘 뛰어서 멀리까지 왔다. 처음 보는 꼬리도 없고 길고 네모난 이상한 것이 멀리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무서웠던 빨강캥거루는 엄마캥거루에게 갔지만 몸이 훌쩍 커버린 탓에 주머니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친구들이 겁쟁이라고 놀렸다. 그 이후에 또다시 빨강캥거루는 폴짝폴짝 뛰었다. 두 발로 걷는 머리에 털이 달린 신기한 무리들을 처음 봤다. 날지도 못하고 뛰지도 못하고 걷기만 하는 이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 쾅쾅하는 천둥소리가 무서웠던 빨강캥거루는 또다시 엄마캥거루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역시나 엄마캥거루 주머니에 들어갈 순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빨강캥거루를 겁쟁이라고 놀렸다. 구름이 걷히고 무지개가 나타났다. 빨강캥거루는 무지개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무지개의 시작점을 찾아 폴짝폴짝 뛰어갔다. 마침내 무지개 끝에 닿은 빨강캥거루에게 보였던 건 무지개뿐만 아니라 파랑캥거루소녀가 있었다.


“난 겁쟁이야”

 “나도 겁쟁이야”


둘은 서로 겁쟁이라고 이야기했고,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손을 잡고 평생을 함께 뛰기로 다짐했다.


이 그림책을 모험과 상상으로 본 이유는 빨강캥거루는 겁쟁이고 무언가 새로운 걸 맞닥뜨렸을 때 무서워하긴 했지만 호기심이 많고, 트럭, 사람, 무지개 등 새로운 걸 찾아가려 했다는 점에서 모험과 상상으로 보게 되었다. 또한 엄마캥거루 곁으로 달려온 빨강캥거루에게 엄마캥거루는 너무나 단호했다. “캥거루면 캥거루답게 용감해야지.” 단순히 무서워하고 겁만 많은 빨강캥거루가 아니었다. 용기를 내야 할 땐 용기를 냈고,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 온 뒤에 무지개를 봤고, 무지개의 끝을 찾자 자신의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진정한 친구인 파랑캥거루소녀를 만나자 엄마의 그늘에서도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 빨강캥거루가 파랑캥거루소녀와 함께 그려나갈 무지개 같은 앞으로의 미래가 상상과 기대로 넘쳐났다.


친구들이 겁쟁이라고 놀리고, 자기 자신도 겁쟁이라고 했던 빨강캥거루였지만 과연 진짜 겁쟁이는 누구였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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