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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9. 2024

내가 기르던 떡붕이

이 그림책이 나오던 시대에 인기 있었던 만화책과 글자책들을 그려진 페이지를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자장면 배달원이 F4라고 쓰여있는 조끼를 입은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웃음이 나던지. 이 그림책 작가님이 <꽃보다 남자> 만화를 정말 좋아하셨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드라마까지 챙겨볼 정도로 정말 좋아했었던 만화였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떡붕이는 작가가 기르던 거북이름이었다. 먹이를 줄 때 입이 떡붕떡붕하고 잘 먹어서 떡붕이라고 했다고. 이름만 들었을 땐 남자거북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의 화자인 거북 떡붕이가 작가를 언니라고 하는 거 보니 아마도 여자 거북인 거겠지?! 작가가 13년 동안 기르던 거북인 떡붕이와의 이야기를 그린책이라고 했다.


밤새 일만 하던 언니는 아침이 되어도 잠만 자고 있었다. 심심해하던 떡붕이는 창문을 바라보게 되었고, 바깥세상이 궁금했다. 그런데 갑자기 벨이 울리더니 짜장면이 왔고, 떡붕이에게 바깥세상을 알아볼 기회가 찾아왔다. 언니가 짜장면 배달원과 이야기하는 사이 스멀스멀 철가방 속으로 기어가더니 쏙 들어갔던 떡붕이. 떡붕이가 없어진 걸 알게 된 언니는 떡붕이를 열심히 찾았다. 떡붕이는 무사히 짜장면 집에 도착하여 철가방에서 나왔다. 짜장면집에서 기어 나와  드디어 궁금했던 바깥세상을 보게 된 거북 떡붕이. 재밌을 것 같았던 바깥세상은 모르는 거 투성이에 위험한 거 투성이었다. 거리로 나와 차들이 많은 신호등을 건너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갑자기 거북이는 느린데 짧은 신호등 시간 안에 횡단보도를 정말 다 건널 수 있었을까? 의문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사람들 발에 밟힐 뻔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떡붕이는 그렇게 횡단보도를 간신히 건넌 후 잠시 골목에서 쉬려 하는데 고양이 깡패들을 만나기도 하고, 쌀쌀하고 추운 골목에서 혼자 신문지를 덮고 자기도 하고 이런 갖은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모험을 즐기고, 상상하던 떡붕이.  집을 나오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떡붕이의 모습을 보며 한때 여행하며 떠돌아다녔던 나의 모습이 비쳤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또 나오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며 부러웠던 떡붕이. 그들에게 하늘을 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떡붕이를 보던 그들은 떡붕이 너는 바다에 가면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해준다. 그 소식에 바다에 가기로 결심한 떡붕이. 바다를 찾아 헤매던 떡붕이는 언니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걸 모르는 채 떠돌아다녔다. 그때 언니가 전봇대에 붙인 떡붕이를 찾는 전단지를 본 시민들이 떡붕이와 언니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떡붕이의 바다를 향한 여정, 모험은 끝나는 듯했다.


그 뒤 언니는 떡붕이에게 사랑을 줬지만, 나도 안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이 꾸준하기 힘들다는 거. 나 조차도 아이한테 화를 내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한테 어떻게 저 엄마는 화를 내고 큰소리를 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이 자주보여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렇다, 떡붕이도 언니의 충분한 사랑을 꾸준히 받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줄수록 더 받고 싶은 것. 사랑이 부족하다 느낀 떡붕이는 또다시 한눈을 팔게 된다.


집 나간 떡붕이를 찾지 못해 떡붕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쓴 그림책, <내가 기르던 떡붕이>. 마지막 구절에서 “왠지 아주 먼 여행이 될 것 같다”는 말이 참 가슴이 아팠다. 정말 그 이후로 작가에게 마지막이 되어버린 떡붕이. 이 책의 면지를 살펴보면 앞 면 지는 바다, 뒷 면지는 바다에 도착한 떡붕이가 그려져 있다. 길고 긴 모험을 끝내고 떡붕이는 진짜 자신이 꿈꾸고 원하던 바다로 갔을까? 잃어버린 떡붕이가 좋은 곳에 갔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어 뭉클했다.


말 못 하는 동물조차도 주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크다 보니 아주 어렸을 때에 비해 소홀하게 된 내 모습이 거울처럼 비쳐 반성하게 되었다. ”있을 때 잘하자! 후회하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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