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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8. 2024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그림책온라인모임을 하고 있는 그림책오티움의 이번 선정도서였던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도서관에 이 책을 찾아보니 똑같은 제목의 책이 2권이 있었다. 그런데 2권의 책이 똑같은 책이 아니었다. 일단 책의 외형인 판형의 크기도 달랐고, 출판된 연도도 달랐다. 그리고 출판사가 달랐고, 옮긴이도 달랐다. 아마 원작은 프랑스그림책이던데 전반적인 그림과 내용은 2권의 책이 비슷했다. 그래서 더더욱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앙통은 거대한 수박밭을 돌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나 보니 수박밭 한가운데가 텅 비어있었다. 단지 드넓은 수박밭 가운데 수박 한 덩어리가 없어졌을 뿐인데 앙통은 마치 모든 수박을 다 잃은 것처럼 괴로워했다. 앙통이 잠든 새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잃어버린 수박은 목화밭에서 데굴데굴 굴러 생쥐들이 갉아먹기도 하고, 앙통 본인이 먹기도 했었다. 잃어버린 수박이 실은 본인이 먹은 건가? 하고 꿈에서 깬 앙통은 곧장 꿈에서 봤던 목화밭을 달려갔다. 앙통은 의자를 놓고 본격적으로 수박밭을 지키기로 했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지키며 수박밭을 돌보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밤이 되자 앙통이 잠든 사이에 수박밭은 길고양이들에 의해 헝클어졌다. 잠에서 깨어나 수박밭을 본 앙통은 오히려 헝클어진 수박밭을 보며 가운데가 비어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만족해했다.


이 책에서 앙통이 수박 하나를 잃어버리고, 그 잃어버린 수박 때문에 과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수박 위에서 얼굴과 귀를 막고 있는 그림에서 느껴졌다. 결국 이 그림책은 앙통이 가운데 비어있는 수박밭의 모습을 보면서 빈자리에 대한 시선을 어떻게 마주 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었다. 하나만 없어졌을 때에는 확연하게 티가 났지만 헝클어져서 모든 게 엉망이 되니 오히려 담대해진 앙통의 모습이었다.


 나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다른 물건들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그 잃어버린 물건 하나에 신경 쓰게 되어 다른 물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하찮게 대하며 잃어버린 물건에 집착했었던 기억이 있다. 대개 그러한 물건들은 찾다가 결국 못 찾고 포기했던 적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한 경험들이 이런 앙통의 모습에서 떠올랐다.


이 책이 더 재밌었던 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두 출판사의 책을 비교해서 보는 행운 때문이었다. 먼저 2016년에 정글짐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던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어체로 쓰여 한 문장 한 문장이 쉽게 풀이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판이 되었고, 2021년에 그림책공작소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이 되었다. 그림책공작소 번역판은 문어체로 쓰였고, 함축된 느낌과 언어가 약간 어렵게 쓰여 어른들을 대상으로 읽기 더 좋아 보였다. 만약 아이에게 읽어주게 된다면 나는 2016년에 나온 절판된 책을 오히려 더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외서는 어느 출판사에서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비교해서 함께 읽다 보니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프랑스어에 자신은 없지만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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