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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9. 2024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 다비드칼리. 그의 팬이 된 나는 웬만하면 그가 썼다는 그림책은 보려고 한다. 도서관에 다른 책을 빌리려고 갔는데 다비드칼리가 쓴 그림책이라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나는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빌려왔다. 굳이 이유를 하나 찾는다면 글작가가 다비드칼리였다는 것 정도라고 해두자.


이 책의 그림작가는 모니카바렌고다. 몰랐는데 이 책에 표지와 내용에 계속 나오는 강아지그림은 바로 모니카바렌고가 키우는 강아지를 그린 것이란다. 그래서 나중에 이 개를 주인공으로 해서 다비드칼리가 글을 쓴 그림책이 있는데 그 그림책은 바로 <작가>라고. 언뜻 도서관에서 봤던 그림책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빌려봐야지. 그림책은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이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겠지.


이 책의 주인공 나다씨.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등에 날개가 생겼다. 이 날개가 왜 생겼을까? 이유를 알고 싶었던 나다씨.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도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유를 몰랐다. 약도 주지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친구는 공기가 안 좋아서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물었다. 혹시 친척 중에 날개가 있는 친척이 있었는지.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설령 있다 해도 아마 어렸을 때 있었고 지금은 없을 거라고 했다.


등에 있는 날개를 없애고 싶었던 나다씨는 철물점을 갔다. 그러나 막상 철물점주인이 날개를 자르려 하자 무서워서 도망쳐 나왔다. 날개가 있는 채로 회사를 출근했던 나다씨. 사장님은 당장 그 날개를 없애라고 했다.


결국 나다씨는 답답한 마음에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 할아버지는 날개가 갑자기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알록달록한 풍선을 매달고 다니던 아저씨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다씨의 등에 달린 날개를 보며 멋진 날개를 가졌다고 했다. 그때 나다씨도 자신의 날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리따운 여자가 나다씨 앞에 나타났다. 그 여자에게도 등에 날개가 있었다. 둘 은서로 만나려고 했던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부터 모든 일은 하늘의 뜻이 있다고 운명을 믿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을의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나는 듯해도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다 이유가 있는 법.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정말 다 이유가 있었다. 나다씨의 날개는 괜히 생겼던 게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에 날개가 생겼던 것도 아마 날개 달린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역시 만날 인연은 따로 있었던 것이었다.


나 또한 남편에게 화가 나고 밉고 이런 원수 같은 사람을 왜 만났지 하면서 이유를 묻기도 하고 그렇지만 인연이 되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으며 함께 가족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이렇게 가족이 된 게 아닐 거고 다 이유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 본다.


그래서 앞으론 어떤 일이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과 함께. 좋은 일만 일어날 순 없겠지만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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