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Jul 22. 2024

자폐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자폐스펙트럼 관련 그림책들을 모아 보고 있었다. 찾아보니 이 책도 나왔다. 한번 봐야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보려 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구해서 보게 되었는데 당연히 그림책일 줄 알았는데 펼쳐보니 만화책이었다. 책 자체는 얇은 책은 아니었지만 만화책이라 그런지 술술 보게 되었다. 자리 잡고 보니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한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다. 외국 만화책이라 그런가 아이가 생기게 된 과정까지 적나라하게 나와 생소하긴 했었다. 아이는 태어나고 부모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쑥쑥 자랐다. 아이의 이름은 올리비에였다. 올리비에는 말을 할 때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토끼리피피라는 만화영화만 볼 뿐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아빠와 엄마는 올리비에와 함께 센터를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했다. 몇 주 후 진단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자폐였다.


아빠는 믿을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이의 엄마는 센터에서 자폐에 관한 자료들을 받아왔지만 아빠는 그 자료들을 다 보지 않았다. 자신이 전문가들보다 아들인 올리비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그 사이에 이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인 올리비에를 번갈아가면서 양육을 했다.


어느 날 올리비에는 아빠집에서 목욕을 하는데 갑자기 먼지를 보자 발작을 일으켰다.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빠는 체계적 둔감법을 아이에게 적용해 보기로 하고 오히려 먼지를 싫어하고 놀라 발작을 일으키는 올리비에에게 목욕할 때마다 먼지를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올리비에는 똑같이 발작을 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 방법은 통하였고, 올리비에는 먼지를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올리비에는 아빠의 올리비에만을 위한 양육법에 따라 성장해가고 있었다.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던 올리비에는 외워서 이야기하는 거긴 해도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말했다. 만일 센터에서 보라고 했던 자료들대로 양육을 했더라면 아마 올리비에는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고. 올리비에는 특수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가서도 특수반으로 입학을 했었다. 주의력결핍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했던 올리비에. 엄마와 아빠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빠는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이라는 엄마의 끝없는 설득에 어쩔 수 없이 결국 약물치료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맞다는 걸 알았다. 올리비에는 공부를 더 잘하게 되어 마침내 일반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올리비에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올리비에를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책을 보는 내내 올리비에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만화책의 이야기는 마치 나와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의 18개월로 거슬러 올라가 의미 없는 옹알이만 할 뿐 말을 하지 못했던 우리 아들, 토끼 리피피를 좋아하는 올리비에처럼 뽀로로와 아기상어만 보던 우리 아들. 언젠간 말을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던 그때 소아과에서 그렇게 늦더라도 엄마아빠는 말하니 엄마 아빠도 못한다면 발달센터를 가보라는 이야기에 발달센터를 처음 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아직은 두고 보자고 했었다. 병명은 전체적인 발달지연이었다. 그리고 난 후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 아이의 발달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발달센터에서 여러 가지 치료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발달 상태는 쉽사리 끌어 올라오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는 그때 당시 치료를 받을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았다.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우리 아이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난 후 자폐스펙트럼 판정을 받았다. 그 이후로 자폐스펙트럼과 관련해서 좋은 치료법,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찾아서 보고 그대로 실천해 보거나 아이에게 좋다는 건 다 해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아빠가 말한 것처럼 전문가가 뭐라 하든 내 아이의 상태에 대해선 부모인 내가 잘 알고 있다. 인터넷의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들은 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자료일 뿐 내 아이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아니다.  센터의 치료사들이나 병원 의사 선생님은 잠깐 아이를 그때만 보는 것일 뿐이었다. 아이의 발달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센터에서 이야기해 주는 피드백에서 필요한 부분만 해주고 내 아이에 맞게,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나만의 방법으로 아이와 소통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올리비에가 엄마 아빠의 지극정성, 헌신적인 노력으로 정상 발달속도로 올라간 것처럼 나 또한 아이에 맞게 지금처럼 헌신적으로 정성을 쏟는다면 우리 아이도 머지않아 올리비에처럼 정상 발달속도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라는 꿈을 꾼다. 주변에서는 너의 아들도 머지않아 말을 하고 소통을 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요즘 아들에게 스킨십인 “안아줘, 뽀뽀해 줘”라고 하면 이전에는 형식적으로 해줬다면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에 올리비에가 친구들과 소통하고 선생님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장면은 내게 참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터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