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뒷면지를 보면 작가가 아이와 산책을 나갔을 때 냇가에 앉아 나뭇가지로 무언가를 줍는 모습에서 떠올려 이 책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림책의 소재가 일상적인 것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하며 책장을 넘겨갔다.
오늘의 할 일. 제목만 놓고 봤을 땐 마치 생활계획표에 짜인 보통의 일과들이 줄줄이 나올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보면 한 아이가 냇가에 앉아있고, 나뭇가지로 쓰레기들을 건져낸다. 그런데 갑자기 물아래에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이를 물속 어딘가로 데려간다.
“오늘의 아이가 도착했습니다.”
“물이 너무 더러워져서 우리는 일손이 늘 부족해요. 우리를 좀 도와줬으면 해요.”
오늘의 할 일은 이랬다. 우선 아기 물귀신들 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운다. 일귀신들의 휴식과 훈련을 돕고 아기 물귀신들과 산책하고 어린이 물귀신들과 교육받고 마지막으로 어린이 물귀신들과 놀고 나면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나게 되는 것.
오늘의 할 일을 모두 마친 아이는 다음을 기약하고 물귀신들과 정들었던 아이는 다음에 또 놀러 오라는 작별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물에서 나왔을 때 물에 젖은 아이를 보고 파닥파닥 날갯짓으로 몸을 말려주는 학이 귀여웠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연못에 버려진 쓰레기들과 그걸 열심히 줍는 아이. 그리고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마땅히 할 일을 하는 물귀신들. 길을 지나다닐 때 물가에 쓰레기들이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왜 쓰레기통이 있는데 굳이 사람들은 저렇게 무분별하게 버리고 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중에 건져낸 쓰레기를 다 주워 챙겨가는 아이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비단 물가, 바다뿐만이 아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에도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는 걸 보게 된다. 나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나만의 오늘의 할 일을 다짐해 보련다. 아니, 내일의 할 일이 되는 걸까? 바로 내일 등산을 갈 예정인데 등산하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것. 환경을 지키는 작은 노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책 한 권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그림책 한 권을 통해 삶의 변화가 조금이나마 일어날 수 있기를. 내가 실천하다 보면 주변에서도 따라 할 수 있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