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검은색과 노란색이라는 색깔을 눈에 띠게 많이 쓰며 세상을 표현했습니다. 마치 사람마다 각각의 성장과정을 세상과 연관 지어 그린 듯했습니다. 세상이 궁금했던 아이는 커다란 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아무리 부모가 걱정이 되어 막는다 한들 세상밖이 궁금하게 되면 결국 어떻게든 떠나게 마련이라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었습니다. 어른이 읽으면 ‘아 나도 이랬었지’라고 공감할 것이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느낄 것 같은 모두가 읽기 좋은 그런 그림책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기에게 커다란 손이 다가와 책도 읽어주고, 밥도 챙겨주고,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잠도 자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기는 자라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커다란 손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은 저의 부모인가요?”
“그렇지”
“이건 뭐예요?”라는 질문에 커다란 손은 다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이윽고 아이는 창밖을 보게 되었습니다. 창밖너머가 궁금했습니다. 나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창밖을 나가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커다란 손은 위험하다며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는 창밖을 자주 봤습니다. 저 너머 세상이 궁금했던 것이겠죠. 때마침 나타난 사슴을 보게 되었고, 사슴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습니다. 그러다가 늑대가 나타나 사슴을 쫓는 걸 보고, 사슴에 쫓겼던 늑대에 의해 사슴이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며 겁이 났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창밖너머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사슴이 죽은 자리에 한 여자아이가 나왔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바깥세상에서 다양하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도 저 아이와 함께 놀고 싶어요.”
“안돼 위험하단다, 안전한 집에 있어야 해”
아이는 점점 자라 커다란 손과 균열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결국 계속 궁금해했던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죠. 아이는 세상밖으로 나가보니 자신이 집에서 창문을 통해 봤던 세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떠나는 게 걱정되고 두려워 아이에게 정말 떠나야겠냐고 계속 되물었던 커다란 손.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경험하고 만들 세상을 향해 떠나게 됩니다. 결국 커다란 손은 응원을 해주게 되며 책은 끝이 났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마치 인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자라왔던 환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나는 태어났고, 어렸을 적 엄마아빠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다가 내 의견, 내 고집이란 게 생기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했던 사춘기라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모님이 뭐라 말씀하시든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정말 안 들었던 시기.
저는 유독 해외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먼 훗날에는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그때. 성인이 되고 운 좋게 저는 해외에 갈 일이 생겼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직 위험하다고 반대하셨었죠. 걱정되는 일이 많다면서요. 이 책의 커다란 손이 아이한테 했듯이 말이에요. 그렇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듯 나중에 세상밖으로 떠나는 아이를 응원하는 커다란 손처럼 부모님은 허락해 주셨고, 처음으로 해외에 부모님 없이 나가봤었습니다. 그저 너무 좋았었습니다. 그 이후로 더 자주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고, 한 번은 혼자 한 달 가까이 북유럽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여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게 부딪혔었습니다. 혹여나 반대하실까 봐 모아 둔 돈으로 비행기와 숙소를 다 예약해 두고 일정도 다 확정 지어두고 부모님께 다녀오겠다고 통보를 했었던 그때.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던 그때였지만 그 이후로 여행 갈 때까지 한마디도 없으셨던 아빠였지만 여행이 끝나고 무사히 돌아온 자식을 보며 여행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던 아빠가 이 책을 보면서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궁금하고, 다른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 했던 제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 아이에게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못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 세계적 펜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으로 바깥을 많이 나가보지 못했었던 아이. 그래도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갔던 사람들은 나갔다고 하던데. 그러지 못하고 아이에게만은 커다란 손처럼 대하는 것 같아 ’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구나!‘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는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창문밖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창문을 보고 있냐고 그만 보라고 했었습니다. 이 책을 보니까 아이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직 말이 서툰 아이는 세상이 궁금하고 신기한데 물어보지는 못하고 창문만 멍하니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는 창문을 보는 아이와 옆에서 가만히 창문을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아이가 먼 훗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갈 때쯤 아이를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갈 때쯤 이 책을 함께 꺼내 읽어보면 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