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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운더'로 살펴보는 외식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1

프롤로그

by 오민우

커리어의 모든 기간을 다양한 외식 기업 및 브랜드에서 보내온 나에게, 맥도날드란 곳은 대다수의 구직자들이 바라보는 '애플' 또는 '구글'처럼 언젠간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그런 브랜드였다. 거의 모든 외식 브랜드에서 벤치마크하고 배우려고 애쓰는 그 브랜드에서, 실제 골든아치를 가슴에 달고 근무하는 경험은 외식인으로써 한 번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가슴에 달아봤습니다, 골든아치!


실제 나에게 그런 기회가 생겨서 2015년 가을부터 약 3년간 한국 맥도날드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2015년은 글로벌 맥도날드의 첫 번째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긴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고,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서 고성장마켓(High Growth Market) 세그먼트에 속하게 된 한국 맥도날드는 글로벌 본사의 정책에 발맞추어 서브 프랜차이징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맥도날드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익혀감과 동시에, 국내의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모델과는 다소 상이했던 맥도널드 만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내부자의 관점에서 상세히 관찰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16년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Ray Kroc)'의 일대기를 그린 '파운더'라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한국에서의 개봉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후 2017년 4월에 한국에서 공식 개봉됨) 기다림의 끝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미리 영화를 접했었는데, 업무 속에서 몸으로 배웠던 맥도날드의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물론 각색과 과장이 있겠지만) 만들어진 순간들, 그리고 장사에서 비즈니스로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 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는 과정을 온몸의 전율을 느끼며 감상을 했고, 급기야 펜과 노트를 꺼내 필기를 하면서 영화를 마저 보았었다. 영화 그 자체로서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평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만큼 영화를 즐길만한 처지가 되지는 못하지만, 외식업 종사자로서 이 영화의 매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외식 프랜차이즈 교과서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실제 주변의 많은 업계 동료, 후배들에게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했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그 이유는 후속 편에서 설명드리지요~


하지만, 이듬해 영화가 정식 개봉되었을 때 대중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이기적인 사업가, 맥도날드에 대한 불편한 진실, 자본주의의 그늘"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열된 감상평을 보고 있노라니, 드라마 관점에서 영화를 감상하노라면 자본주의의 힘 앞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권리마저 빼앗겨버린 맥도날드 형제와, 가맹점주의 부인과 재혼을 하며 어려운 시절 본인을 지켜준 가정을 지켜내지 못한 창업자의 어두운 개인사에 시선이 먼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ho is the FOUNDER?


먹을거리와 외식은 늘 삶의 일부로써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관련된 콘텐츠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백종원 신드롬'으로 외식창업에 대한 관심과 동시에 무분별한 창업에 대한 경각심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결론은 치킨집'이 과거의 명제였다면, 지금은 '닭을 잡을 줄 모르면 닭장사를 하지 말라'는 백종원 씨의 경고가 있는 것이다.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외식업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음식(메뉴)의 맛(품질)과 서비스'일 것이다. 하지만 백종원 씨는 주로 장사를 잘하기 위한 원칙까지만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장사 잘 되는 맛집과 비즈니스로서 성장한 외식 브랜드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금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장사를 잘하는 식당 주인의 역량은 그 브랜드를 비즈니스로서 성장시키기 위한 역량과 분명 차이가 있고, 비즈니스로서 외식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법칙들이 영화 '파운더'속의 매 장면에 담겨 있다.

처음 파운더라는 영화를 봤을 때 언젠가 이 영화의 흐름에 따라 외식 프랜차이즈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외식 브랜드'인 맥도날드가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 그 성공의 공식을 조금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맥도날드라는 브랜드 안에서, 그리고 그 밖의 치열한 한국 외식시장에서 겪어왔던 나의 경험을 더하면 더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2018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본 시리즈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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