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NAG May 30. 2024

교통안전 캠페인에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

교통안전 전광판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차를 타고 길을 가다 보면 위와 같은 전광판을 유심히 보곤 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 사망자 및 부상자 수를 알려주는 전광판인데, 교통사고로 죽고, 다친 사람들의 수를 알게 되니 섬뜩하기도 하고, 나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교통사고 통계 전광판 외에도 아래와 같은 전광판도 많이 설치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속도에 따라 표정이 변하는 게 뭔가 성가시고, 괜히 내 속도가 어떻게 찍히나 궁금해서 신경 쓰이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됩니다.


이런 전광판들을 설치하는 이유는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줘서 안전운전을 하게 만들고자 하는 거겠죠.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부상자 수를 보면서 느끼는 섬뜩함,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숫자로 인한 성가심을 생각해 보면 정말 안전운전에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사이언스지에 실린 Jonathan D. Hall과 Joshua M. Madsen의 2022년도 연구를 보도록 합시다. 논문을 보면, 저자들은 사망자 수를 표시하는 전광판 캠페인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전광판 캠페인이란,



이런 전광판에 매 달 일주일씩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캠페인입니다.


간략하게 연구 결과를 요약해 보면,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캠페인을 하는 일주일 동안 전광판 근처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수가 캠페인 기간이 아닐 때 보다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사망자 수를 보여줄 때 교통사고 수 > 일반적인 정보를 보여줄 때교통사고 수였던 것이죠.


아니, 좋은 의도로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캠페인을 한 건데 오히려 교통사고가 더 늘어나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연구자들은 주된 이유로 '사망자 수'와 같은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정보가 사람들의 주의를 지나치게 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이 주변의 정보들을 처리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총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건성건성 대답하는 것, 스마트폰을 보거나 통화를 하면서 운전하면 사고가 많이 나는 것 등이 바로 주의 및 인지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행동도 느려지게 됩니다.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다른 행동에서의 집중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사망자 수 같은 자극적인 정보가 운전자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전광판 근처에서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 빈도는 도로가 복잡하고, 차량이 많을 때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출처 : 고속도로광고 교통사고 통계전광판 소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조금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가장 처음 보여드렸던 것과 같은 교통사고 통계 전광판이 설치된 곳들을 알 수 있었는데, 주로 사거리나 통행량이 좀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니 그런 곳들에 설치한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궁금해서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인 동작대로 경문고 앞의 로드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사진 좌상단에 교통사고 통계 표지판이 있고, 두 번째 사진처럼 채 1km도 가지 않아 이수교차로가 나옵니다.


위 사진과 같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로드뷰 사진으로는 대낮이라 차가 별로 없지만 이 길은 사당역과 동작대교 사이로 퇴근 시간에 매우 혼잡한 곳입니다. 또, 전광판을 지나서 조금만 가면 차량들이 많이 모이는 복잡한 이수교차로가 있다는 점에서 조금 우려스러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연구에 따르면, 차량이 많고 복잡한 도로에서 사망자 수 정보를 보면 사고가 더 많이 난다고 하니 말이죠.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지금까지 각 지자체 및 정부에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고,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 수는 2012년 99.0건에서 2022년 67.1건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해왔습니다.



다만,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 전광판이나, 사람들의 이목을 지나치게 끌 수 있는 표지판 등의 설치에는 설치 위치나 표현 방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나치게 주의를 끄는 전광판이나 표지판, 캠페인 등은 오히려 운전자들의 주의력을 분산시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니까 말이죠.


안전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사람들의 심리를 더 깊이 고려하는 단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자료>

- Hall, J. D., & Madsen, J. M. (2022). Can behavioral interventions be too salient? Evidence from traffic safety messages. Science, 376(6591), eabm3427.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koroad.or.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