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샅샅이 찾아낸 이야기들
투둑,
빠지직,
으악! 엄마 이게 뭐야?
/아하, 이건 굴 껍질이야.
굴? 바다 냄새 많이 나는 거??
/응.
안에 굴은 다 어디갔는데?
/안에 있던 뽀오얀 굴은 이미 누군가의 뱃속에 호로록 들어갔을 거란다, 후후.
아까 물 속에 있을 때는 검정케 보이더니 왜 이건 하얘?
/그건, 네가 밟아서 굴 껍질이 부수어 졌기 때문이지.
우와! 멋지다!
/왜?
그럼 저렇게 하얀 색을 숨기고 있었잖아! 아무도 모르는데.
나 그런거 좋아!
/숨기는 거 좋아?
응! 난 숨는거 좋아. 사람이가 나 안보이는 거 좋아.
/그래도 너무 자주 숨으면 안돼.
왜? 엄마가 걱정하니까?
/그렇기도 하고, 자꾸 숨다보면 네가 어디있는지 까먹게 돼.
엄마가?
/아니, 네가 말이야.
나 알아. 내가 어디로 숨는지 알아.
/처음엔 알지. 그런데 찾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숨고 싶어서
자꾸만 더 멀리, 더 멀리 숨다보면 아예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곳으로 가 있다고.
그럼 아무도 못 찾잖아…
/그렇지?
그건 싫어…
/그건 싫지?
응. 그래도 빠지직, 내가 하얀거 알게 되는 거는 좋아.
/하하하, 완전히 부수어지기 전에는 스스로도 자기 속을 모르는 법이야.
엄마가 하는 말은 너무 어렵다. 힝.
/지금은 몰라도 돼. 지금은 그냥 굴 껍질은 까맣더라 하고 알기만 해도 돼.
그런게 어딨어. 이미 알아버렸잖아.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