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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둥이에게

전남 고흥에 보내는 이야기

by S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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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니 이리 와 봐. 그래 너, 신둥이 맞지? 꼬리가 살짝 말린 걸 보니까 맞구만 뭐. 마리네 막내.

내가 누군지 알지? 나는 이 오취마을에서 자그마치 18년이나… 어휴, 벌써 놀라긴 일러. 엣헴.


여하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오리지널 고흥 냥이님이시다.

그렇지. ‘고냥’이가 바로 나야. 네가 사는 오도마을의 대빵은 솜실이지?

당연히 알다마다.

나랑은 어릴 때부터 형, 동생하는 사이라고. 그나저나 여긴 웬일이냐?

응? 그게 오늘이던가? 앗차차.. 그랬군. 그랬어.


어쩐지 안보이던 애기들이 하나 둘씩 보인다 했더니만

느그들 오취마을 견학이 오늘이구마는. 깜박했다.


자자자, 그럼 저 멀리 흩어진 아그들 좀 모아와 봐. 이제 투어 시작할라니까.


자. 노랭이, 호랭이, 우물이, 솜실이 다 왓구만. 그럼 출발하자.

우선 여기 주욱 늘어선 검정집들은 ‘굴막’이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어머님들이 매일 굴을 까는 곳이야.

아버님들은 배를 타고 나가 굴을 따 오시고, 그걸 새벽부터 하루 죙-일 까시는 거지. 그리고 이걸 팔아 생계를 이어가신다. 지나가면서 봤겠지만 이걸 까는 게 손도 시렵고 보통 힘든 게 아니야. 그러니 혹시나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돌아도 절대로 이건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한다, 알겠지?


다음은 ‘귀여움 받기’ 인데, 이건 우리의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지. 다들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보통은 ‘미야오ㅡ’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반응을 보는 거다. 뭐?

아니지 아니지,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야. 그보다는 가만히 다가가서 그들의 손에 슬쩍 머리를 기대보는 편이 좋아. 그다지 싫어하진 않는 듯 하면, 그 이후부터의 어리광은 자유다.


아, 특별히 나무나 낡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오래된 어른들을 보게 된다면 꼭 발 옆에 웅크리고 시간을 함께 보내길 추천해. 정말로 많은 이야기, 그리고 많은 사랑을, 그리고 많은 시간을 가진 분들이셔. 그리고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끊이질 않으시지. 너무 신나지?


그러니 꼭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찾아봐.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분들은 우리와 기꺼이 오랜 시간을 함께해주실 거야. 머리가 검은 어린 사람들은 늘 바쁘고, 바퀴달린 들 것에 실려 이리저리 허둥대지만 이들은 달라. 다리가 두 개 일때도, 바위와 함께일 때도 있는 데, 걷는 속도가 우리와 비슷해. 감사한 일이지. 함께 코끝의 햇살을 느끼다 보면, 분명 얻는 게 있을 거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야. 궁금한 점 있나?

아냐, 나무에 두어 개 달린 감은 따지 않아. 우리의 것이 아니라 까치들, 새들의 밥이야. 명심하고.


더 궁금한 게 없다면 자유로운 노닐다 가도록 해. 이곳 오취는 사도보다는 조금 더 조용하고, 바퀴달린 들것이 적어.

마음껏 누리고 가도록, 오래 있어야 보이니까.

그럼, 해산!!





2023 1124 고냥이 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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