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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다복 Aug 12. 2021

6문제

아이의 세상과 나의 세상

                                                                                                                                                                                                                                                                                                                                                                                                                                                                                                                          

2학년 된 첫째와 수학 공부를 한다. 아이는 수학을 싫어한다. 어렵다 못 한다고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였다. 하기 싫다 안 한다 실랑이하다가, 수학 공부를 한 참 쉬었다가, 아이가 원하는 색칠하는 수학 문제집 샀다가 이렇게 저렇게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1~2쪽 정도 문제집을 풀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힘들어하면 풀고 싶은 문제만 풀라고 하기도 했고 몇몇 문제들은 건너뛰기도 했다. 그러자 하루에 푸는 양이 점점 더 줄어 들어 이제 딱 6문제만 푼다. 


6문제. 아이가 집중해 풀면 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다시 1쪽 정도 문제를 풀자고 해도 아이는 단호하다 6문제만 풀겠단다. 1쪽 이래봤자 고작 8문제인데 참. 그것 조금 더 풀지. 굳이 한 쪽에서 두 문제를 남기는 것은 뭔가. 내 쪽에서 몇 문제 더 풀어 보자고 조르는 것도 모양새가 빠진다. 억지로 시켰다가는 울고불고하며 더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된다. 수학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하긴 하니까 그냥 두면 나중엔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나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는다. 


왜 6문제로 정했는지는 아이도 나도 모른다. 아마 아이의 느낌, 감각에서 6문제보다 더 많이 풀면 힘들고 괴로운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아이는 자신의 감각으로 결정한 것이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 힘들지 않은 선. 그렇게 기준을 정한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더 애써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런 말만 듣고 살아온 나로서는 첫째가 결정한 6문제가 낯설다.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다. 더 많이 노력해서 더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 조금 더 많이 풀어서 수학을 잘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하루 6문제로 문제집 한 권을 어느 세월에 풀겠는가.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학교에 가서 뒤처질 것이 뻔하다.


아이는 내가 살아온 세상과 다른 세상에 놓여 있다. 아이의 세상에선 기를 쓰고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의 세상은 놀이, 쉼, 아무것도 안 함이 더 큰 가치가 있다. 힘들이지 않는 것, 내가 괴롭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아등바등 더 열심히 해하는 것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게 더 좋다.


내 몸속 뼛속까지 들어 있는 말. 열심히 해라. 더 노력해라. 이런 말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더 잘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쓸모없는 것들로 채워지더라도 행복한 삶은 어떻게 내 아이에게 오게 된 것일까. 


나는 습관처럼 더더더 열심히 산다. 휴직하고 쉬면서도 쉬지 않았다. 집안일을 끊임없이 했다. 저녁 반찬을 고민해서 장을 보고 청소를 했다. 청소하고 빨래를 정리하고 다시 이불 빨래 걱정을 했다.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아이들을 살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같이 공부했다. 나에게 6문제는 어느 정도일까. 내가 힘들지 않고 괴롭지 않고 즐거운 그 선. 놀이와 재미, 휴식이 있는 적당한 6문제. 늘 그 선을 넘어서 가쁜 숨을 쉬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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