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에 대한 심화 이해를 시작하며

by SCS

철수 쌤이 한 신문에 기고하는 글에 언젠가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말만 저렇지 직접 해 보면 좀 힘듦... 그래도 읽다 보면 와닿긴 한다만 솔직히 안심은 못함.”

이 댓글을 읽으며 철수 쌤은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다. 철수 쌤이 설명하는 글 읽기 방법이 ‘와 닿긴 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 흐믓했다면, ‘말만 저렇지 직접 해 보면 좀 힘’들다고 하면서 ‘안심은 못’한다고 하니 철수 쌤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속상했던 것이다.

철수 쌤의 의도는 이렇다.

“나는 가르쳐 줄 것만 가르치고 그 외의 것은 아이들이 내 가르침 대로 직접 하며 터득해야 한다.”

교육적 신념이라고나 할까? 이것은 철수 쌤의 믿음다. 이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다는 교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앎이란 자기 스스로 터득하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될 수 없음을 위안으로 삼는 것이다. 철수 쌤이 설명하는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고, 이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철수 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철수 쌤이 아이스링크에 스케이트를 타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가운데에서 어린 아이들이 스케이팅을 배우는 것을 보았다. 코치는 아이들에게 한 동작을 지시하며 한동안 그 동작을 유지하게 하다가, 다음 동작으로 전환시키며 계속 같은 지시를 반복했고, 엉거주춤한 아이의 동작을 교정해 주었다. 아이들은 낑낑대며 코치 말을 따랐다. 그 어색한 모습이 웃겨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도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냥 타면 되지 뭐 저렇게 동작을 일일이 취해야 해?”

그러다가 얼마 있다가 다시 아이스링크을 찾았다. 내 옆을 씽씽 지나치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폼도 멋있는 것이 무슨 선수들인갑다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낯 익은 얼굴들이었다.

“지난 번에 스케이팅 교실 애들 아냐?”

우스꽝스런 자세를 보이며 낑낑대던 아이들이 분명했다. 철수 쌤은 멋있어 보이는 그 폼이 부러워 따라해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이미 버릇이 된 동작을 고치기가 어려워 따라 할려니 불안하게 스케이팅을 했던 것이다. 물론 철수 쌤은 스켕이팅을 하는 데는 지장은 없었으나 스피드를 그 아이들만큼 내지는 못했다.

철수 쌤이 설명하는 하나하나가 글 읽는 데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철수 쌤의 슬기로운 국어 공부II>에서 설명한 것들을 아이들이 읽고 이해했더라도 아이들의 국어 능력이 곧바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아는 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위 댓글에서 말한 대로 ‘말만 그렇지 직접 해 보면 힘든’ 것이다. 실제로 개념의 정의니, 상하‧등위 관계이니 등을 알아도 막상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는가? 괜히 이해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것 같아 철수 쌤이 설명한 것을 의식하며 읽는 것이 거추장스러웠리라.

이번 <철수 쌤의 슬기로운 국어III>은 그런 아이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실제 글에서 더 많이 써 먹을 수 있는 것은 개념의 정의와 상하‧등위 관계가 아니라, 개념의 내포와 외연, 추상화‧구체화, 분류‧분석, 비교‧대조 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국어 능력이다.

“개념의 범위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보이니?”

“부분집합과 교집합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려 보자.”

“이 표에서 개념이 변할 때마다 내포와 외연이 변하는 양상을 설명해 보라,”

“이 개념에 포함되는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개념들을 계층 구조로 그려 보자.”

“싫어도 이 수학적 개념은 구성 요소로 나눠 이해해야 해.”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는 데 벤다이어그램을 그려 보면 좋아.”

철수 쌤이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이러한 것들은 개념을 아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응용하는 감각을 길러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이들의 글 읽기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나중에 멋있는 폼으로 스피들를 낼 수 있듯, 개념에 대한 기초와 심화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나중에 정확하고도 빠르게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철수 쌤이 하는 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아이들이 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그것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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