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어감에 따른 어휘의 선택
아도르노는 문화 산업에 의해 양산되는 대중 예술이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도르노가 보는 대중 예술은 창작의 구성에서 표현까지 표준화되어 생산되는 상품에 불과하다. 그는 대중 예술의 규격성으로 인해 개인의 감상 능력 역시 표준화되고, 개인의 개성은 다른 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고 보았다. 특히 모든 것을 상품의 교환 가치로 환원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 예술은 개인의 정체성마저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려는 속성을 동일성으로,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하고,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예술가가 직시한 세계의 본질을 감상자들에게 체험하게 해야 한다. 예술은 동일화되지 않으려는, 일정한 형식이 없는 비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남으로써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체험하게 하는 매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 ]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 )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업. 농업ㆍ목축업ㆍ임업ㆍ광업ㆍ공업을 비롯한 유형물(有形物)의 생산 이외에 상업ㆍ금융업ㆍ운수업ㆍ서비스업 따위와 같이 생산에 직접 결부되지 않으나 국민 경제에 불가결한 사업도 포함하며, 좁은 뜻으로는 공업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 )
*많이 만들어 냄. ( )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사람.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수동적ㆍ감정적ㆍ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진다. ( )
*장사 따위를 하여 남은 돈. ( )
*아주 커짐. 또는 아주 크게 함. ( )
*장사로 파는 물건. 또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財貨). ( )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에 빠짐. ( )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 )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여,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 )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 ( )
*덮어 감추거나 가리어 숨김. ( )
*허물 따위를 드러내어 폭로함. ( )
*사물의 정도,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을 마련함. 자재나 제품의 종류, 품질, 모양, 크기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통일함. ( )
*그 수량에 지나지 아니한 상태이다. 그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이다. ( )
*일정한 규정에 들어맞는 격식. 제품이나 재료의 품질, 모양, 크기, 성능 따위의 일정한 표준. ( )
*화폐를 다른 나라의 화폐와 바꿀 때의 가치. 일정량의 물품이 다른 종류의 물품과 어떤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가 하는 상대적 가치. ( )
*사물이나 현상이 어떤 근본적인 것으로 바뀌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 )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 )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 ( )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
*정신을 집중하여 어떤 대상을 똑바로 봄. 사물의 진실을 바로 봄. ( )
*둘 사이에서 양편의 관계를 맺어 줌. ( )
철수 쌤이 대학에 다닐 때 1년 간 당시 신문방송학과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대중문화(大衆文化)라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당시는 정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때까지 욕망하지 않았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회에 유행으로 번져가기 시작할 때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눈길 하나 주지 않았던 용어를 강의나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용어들이 매우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은 그때 철수 쌤이 접한 것이면서 지문에 나온 용어들을 정리한 것이다.
문화 산업: 『경제』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산업.
상품: 『경제』 장사로 파는 물건. 또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財貨).
모순: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부조리: 『철학』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
표준화: 자재나 제품의 종류, 품질, 모양, 크기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통일함.
교환 가치: 『경제』 일정량의 물품이 다른 종류의 물품과 어떤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가 하는 상대적 가치.
환원: 『철학』 잡다한 사물이나 현상을 어떤 근본적인 것으로 바꿈. 또는 그런 일.
정체성: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이처럼 지문은 경제, 철학 등의 용어들로 되어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그것들에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뿐이랴? [이것만은 … ]의 양을 보더라도 추상적, 관념적인 어휘들이 많이 사용되어, 지문은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출제 선생님들은 이 정도의 용어는 해당 교과를 수강하지 않았더라도 고등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 거 같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좋든 싫든 이 용어들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철수 쌤은 학생들에게 어휘 선택을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뜻을 잘못 전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어감(뉘앙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수 쌤 덕분에 나는 글을 잘 읽게 되었다.
철수 쌤 때문에 나는 글을 잘 읽게 되었다.
철수 쌤 탓에 나는 글을 잘 읽게 되었다.
‘덕분에’, ‘탓에’에 따라 철수 쌤과 글을 잘 읽게 된 것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것이 두 단어의 뜻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두 단어의 의미는 같다. 그런데 왜 느낌이 다른 것일까? 긍정적 또는 부정적 느낌 중 어느 쪽도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때문에’를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을 ‘가치 중립을 지키다’, ‘가치 판단을 유보하다’고 한다.) 이렇게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그런 경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것을 잘 활용하는지를 알고 싶어 철수 쌤이 학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출제한 적이 있다.
지문에서도 그럴 필요가 있는 어휘가 있다. ‘전락’은 ‘아래로 굴러떨어짐.’의 뜻인데, 그 아래가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어휘다. ‘지적’은 ‘꼭 집어서 가리킴.’의 뜻인데, 그 대상이 허물과 같은 것이고, 방법이 폭로하는 것과 같이 느껴지게 만드는 어휘다. ‘불과’는 ‘그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이다.’라는 뜻인데, 수준이 낮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어휘이다. 이 어휘들을 ‘되다’, ‘말하다’, ‘-이다’ 등으로 바꿔 문장을 비교해 보자.
‘사기꾼’, ‘잘못’, ‘환상’이 원래부터 나쁜 것으로 인식되지만(‘그 작품은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냈다.’처럼 ‘환상’이 나쁜 의미로 쓰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되다’, ‘말하다’, ‘-이다’를 사용하면 가치 중립적으로 그것을 바라본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가 그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드러내고 싶다면 ‘전락’, ‘지적’, ‘불과’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왜 이런 것까지 생각하며 읽어야 할까? 지문에서 말한 ‘아도르노’가 ‘문화 산업에 의해 양산되는 대중 예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을 어휘의 어감을 통해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느낀 학생이라면 ‘상품’을 부정적으로 느끼며 읽었을 것이다. 아도르노는 대중 예술을 상품이라고 하였는데, 그렇게 말한 것은 그것들을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읽는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느낌까지 파악할 줄 아는 것이다.
<철수 쌤의 슬기로운 국어공부II>에서 어휘의 의미와 개념을 구별하고, 널리 알려진 개념과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개념을 구별하며 읽으라 했다. 의미와 널리 알려진 개념은 사전을 통해 알고 있어야 할 것이지만, 특수한 개념은 사전에 없으므로 글을 읽으며 알아내라고도 했다.
지문에서도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아도르노가 만든 개념이 있는데, ‘동일성’과 ‘비동일성’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것은 ‘비(非)-’라는,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이를 고려하면 ‘동일성’과 ‘비동일성’은 다음과 같이 서로 반대말로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환원’이 이 지문에서는 ‘통일’과 같은 말로 쓰였음을 이해하며 읽는 것은 글 읽기를 위한 기본적인 국어 능력이다.
앞에서 대조를 통해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념을 통해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하거나 주장을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념을 통해 대상을 판정하려는 것이다.
앞에서 ‘-아야/-라야/-어야/-여야’는 앞 절에 언급된 일이 뒤 절에 언급된 일의 조건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고, 이 어미들을 활용한 문장은 정책 의견이라 했다. 즉 상대방에게 어떤 의견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이끌 때 쓰는 문장인 것이다.
그런데 ‘A는 B-아야/-라야/-어야/-여야 한다’고 하면 B가 A이기 위한 조건을 뜻한다. B가 있으면 A이고, 없으면 A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곧 다음과 같은 판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문에 ‘예술은 …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비동일성’이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조건임을 말한다. 여기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지’닌다는 것은, 뒤에 ‘~는 것이다’로 상술한 것처럼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예술의 조건은 ‘추하고 불쾌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가가 직시한 세계의 본질을 감상자들에게 체험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그것은 ‘예술은 동일화되지 않으려는, 일정한 형식이 없는 비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남으로써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체험하게 하는 매개여야 한다’라는 말로 상술되었듯이, 지문에서는 예술의 조건에 세계의 본질 체험, ‘현대 사회의 부조리 체험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정책 의견을 담고 있는 글이 많다. 그런 글을 조건에 초점을 맞추고 판정도를 그려가며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국어 능력이다.
[이것만은 … ]의 정답
문화(文化), 산업(産業), 양산(量産), 대중(大衆), 이윤(利潤), 극대화(極大化), 상품(商品), 전락(轉落), 본질(本質), 모순(矛盾), 부조리(不條理), 은폐(隱蔽), 지적(指摘), 표준화(標準化), 불과(不過), 규격(規格), 교환가치(交換價値), 환원(還元), 정체성(正體性), 가치(價値), 비(非)-, 직시(直視), 매개(媒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