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협업 이야기 2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의 뭐하농 하우스는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뭐하농 식구들은 월요일에 가게와 주변 환경 정리를 한다. 대표님이 월요일 아침에 한번 만나보자고 제안을 해 주셨다. 아침 10시,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고 뭐하농 하우스를 찾아갔다.
'대표님'이라는 호칭엔 상당한 무게감이 실린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뷰에 실린 활짝 웃는 뭐하농 식구들의 사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바로 용기를 내지 않았을 것 같다. 농기구를 하나씩 들고 눈이 감길 때까지 화사하게 웃고 있는 사진만 믿고 '대표님'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래도 막상 '미팅'을 요청하고 나니 두 손이 가볍게 떨렸다. 만나서 무슨 이야길 하지? 다짜고짜 정착을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 취직을 시켜달라고 할 것도 아니고, 친구 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대표님과 '미팅'을 시작한 지 삼십 분 만에 나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얻게 되었다.
사진보다 더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주신 대표님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주시며 가만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던 대표님의 귀여운 얼굴이 슬슬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아니면 내 창업 아이템이 너무 허무맹랑하게 들리시려나? 대표님은 한참 고민을 하시더니 내 눈을 바로 보시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식당 해보시는 건 어때요?"
대표님은 그날 그 한마디로 내게 정착, 취직(창업), 친구를 모두 내어주었다. 진심으로 창작과 만남, 발견을 즐기는 대표님은 나와 함께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하셨다. 마침 뭐하농 하우스는 카페 건물 아래에 '모두의 밭'이라는 공동텃밭도 운영하고 계셔서 그곳의 작물도 활용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했다. 내친김에 우리는 카페 공간의 테이블 상태와(적당히 높은 테이블이 몇 개 정도 있는지), 주방을 구경했고, 각자의 남편과 상의가 끝나면 이번 봄부터 바로 시작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에 이민 온 지 5개월 만에, 괴산에 전입한 지 3개월 만에 괴산에서 가장 멋진 공간 중 하나에서 작은 팝업 식당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도, 인연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다음 편에선 팝업 식당을 준비/운영하며 다양하게 협업했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현재 새로운 가게 오픈을 준비 중인 관계로, 업로드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