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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Feb 12. 2024

EP03)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손님들에게

“그래서,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요?”

이 이야기는,

나를 아끼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고 내가 사랑하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며

나와 평생을 함께 했던 나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3년 11월 4일.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가 밤 새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를 간호하다

11월 5일 아침 9시.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던 할아버지와 ‘저 출근할게요 할아버지. 얼른 일어나세요. 식사 꼭 하시구요.‘ 마지막 말을 나누고 출근하는 길.

11월 5일 오후 12시 반.

오전에 카페 오픈을 하고 앉아있는 시간에 정말 이상한게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어요.

정말 이런 감정이 들 만큼 할아버지가 위독하신게 아닌데, 단지 아프신 것 뿐인데. 왜?

정말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가슴에 짐가방을 싸고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같이 집에 좀 가자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카페에 계신 손님 3팀에게 한 팀씩 들러

”제가 가족이 아파서 급하게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혹시 제가 없어도 커피 다 드시면, 자리에 컵 두고 가시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고보니, 내가 정말 급해보였을까.

“아니 괜찮아요, 에고 큰일이네 얼른 가보세요 저희 천천히 마시고 갈게요”

하며 흔쾌하게 모두에게 동의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짐가방은 싸놨지만 정신없이 뛰쳐 나오는 바람에 손에 핸드폰만 쥔 채로 집으로 향했죠.


11월 5일 오후 12시 50분.

집에 도착해보니, 할아버지 자녀들이 모두 모여있었고(작은아빠들 고모)

모두 한 바탕 한 듯 눈물진 얼굴로 앉아있었어요. 할아버지 곁에는 할머니와 고모할머니가 계셨죠.

할아버지 손을 잡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있던 13시. 그렇게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제 가게 문 앞에는 ‘상중’이 걸렸죠.


11월 10일. 장례를 모두 치르고 삼오제까지 모두 끝내고 다시 카페에 출근한 날.

평소와 똑같이, 내 슬픔을 일까지 끌고 올 수 없으니까. 웃으며 ‘안녕하세요?’를 말하던 그 날.

손님들도 똑같이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대화를 건내기 시작하셨어요.


“문 앞에 걸린거 봤어요. 잘 치르고 오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매일 가던 카페에, 예고도 없이 문을 닫아두었고 그 분들은 헛걸음을 하셨음에도 다시 문을 여는 날 들러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다는게.

우리는 사장과 손님이니까. 서로 가정사도 모르고 누가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건내는 서투른 몸짓과 조심스러운 말투가 저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어요.

“네 지금은 좀 괜찮아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쭉 같이 살았어서 그런지, 더 힘든건 사실이네요. 장례 치르면서 많이 울었어요. 아직도 조금은 힘들어요.“

작게나마 어떤 분이 돌아가셨는지, 내가 그 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전해주시면 손님들은 얘기해줘요.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얼마나 슬퍼했고 지금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사랑하는 손님들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네주는 위로와 걱정이 지나치게 벅찬 마음을 전해주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도

목젖에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촉촉하게 젖어가는 눈가에.

이야기하는 손님들도 ‘에고, 울릴려고 한 말은 아닌데’ 하시기도 하시고, 같이 눈물 지으며 웃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앞으로 평생, 매일은 아니더라도 뜨문 뜨문 슬퍼지는 날들이 올거예요. 충분하게 슬퍼하시고, 마음속에 담아두세요.‘

네. 하고 대답하며.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삼켰어요.


카페쟁이는.

단순하게 커피를 파는, 그저 주문받고 커피만 전달해주고 내 휴식공간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일 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손님들은 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작은 세상들이죠.

 그 분들이 저의 가게에 와서 커피 한 잔 사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서로의 세상을 나눌 수 있게 되는거라고 생각해요.

그 세상은 제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 한 새로운 세상일 수도 있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상이라 서로 공감하며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일 수도 있죠.


이 일을 사랑하고 있어요.

내 가게에 속한 모든 물건들과, 내 손님들. 그리고 매일 다르게 오는 새로운 얼굴들과 익숙한 얼굴들의 이야기들.

더 잘 해볼게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어느 순간 내가 가진, 마음속에 굳게 간직한 이 마음가짐을 토대 삼아.

더 사랑하고 아끼며 소중하게 대하고 간직할 수 있도록.


늘 감사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다음이야기에서는,

육아 우울증과 탈출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해요.

‘오늘 정말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는데, 여기 카페가 생각났어요. 아 나한테도 갈 곳이 있구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했어요.’

엊그제 들은 12개월 아기 어머니의 그 말은, 제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어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커피가 아닌 따뜻한 차 한 잔 하는 하루 보내세요. 잠이 안온다면 캐모마일을, 배가 고픈데 뭘 먹기 부담스럽다면 페퍼민트를 추천드릴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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